골목길에서 갑자기 뛰어든 어린이를 자동차로 치어 숨지게 했더라도 시간상 대처가 불가능했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5일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재외동포 A(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10일 오후 12시 58분경, A씨는 인천의 한 골목길에서 자동차를 몰다가 B(4)군을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당시 이 골목길에는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시속 14km로 서행하던 A씨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온 B군을 치었다. 차량에 깔린 B군은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외상성 머리 손상으로 숨지고 말았다.
검찰은 A씨가 부주의하게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브레이크도 빨리 밟지 않았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 의뢰로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한 도로교통공단 측은 “A씨가 B군을 발견하자마자 차량을 급제동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바퀴로 밟고 지나가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도로교통공단의 분석은 B군이 도로로 나왔을 때 A씨가 즉각 인지한다는 걸 전제한 결과”라며 “A씨가 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B군)의 직접 사인으로 ‘외상성 머리 손상’이라는 내용의 사망진단서만 증거로 제출됐다”며 “이 증거만으로 A씨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제동장치를 제때 작동하지 않은 과실로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