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입법원장 미국 방문… 무기 지원 계획 논의

최창근
2023년 05월 16일 오후 9:0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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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입법원장(국회의장)이 미국을 방문하여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 계획 등을 논의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이 5월 15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을 방문하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5억 달러(약 6천 600억원) 규모의 무기 지원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보도를 하면서 유시쿤 입법원장이 누구를 만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유시쿤 원장이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위원회는 대만에 대한 5억 달러 상당의 무기 지원을 중점 논의해 왔다. 다만 대중국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의 잠재적인 침공을 막기 위해 대만을 완전무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대만에 지원하기로 한 190억 달러(약 25조 4천억원) 규모의 무기 지원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의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한 유시쿤 입법원장은 대만 총통-부총통-행정원장(국무총리)에 이은 의전 서열 4위의 고위급 인사다. 1948년 대만 이란(宜蘭)현 태생으로 1981년 대만성(臺灣省) 의회 선거에서 당외(黨外·국민당 외 인사라는 뜻의 재야) 소속으로 당선됐고, 1985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당외공정회(黨外公政會) 이사를 맡아 1986년 현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민진당) 창당 시 창당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1989~87년 이란현 민선 현장으로 재임했다. 이후 1998년부터 민진당 비서장으로 일하며 2000년 사상 첫 정권 수평 교체에 기여했고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출범 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총통부 비서장, 행정원장 등 요직에 임명됐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출범 후 대만 정부 대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2020년 입법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됐고, 입법원장에 임명됐다.

중국의 견제로 인하여 무기 수입에 애로를 겪고 있는 대만은 미국과의 긴급 무기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무기 발주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다만, 미국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그동안 공급을 지연해왔다.

이 속에서 대만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발동하여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5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인도할 것을 요청했다.

추궈정(邱國正) 대만 행정원 국방부장도 “지난 1월부터 양국 간에 관련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지난 5월 8일 확인하기도 했다.

대만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2023년 4월 초 차이잉원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 회동을 빌미로 중국이 사실상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두 차례 한 것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미국에 조속한 무기 인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커페이(譚克非)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위챗(微信)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은 민진당 당국과의 군사 연계를 끊임없이 강화하며 중미 관계의 근간을 흔들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행동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강한 불만과 함께 결연히 반대한다. 이미 미국 측에 ‘엄정교섭’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엄정교섭은 중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서 외교 경로로 항의하는 것을 말한다.

탄커페이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첫 번째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거나 무력으로 독립을 도모하려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민진당 당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엄숙히 알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군사훈련과 전쟁 준비를 계속 강화해 어떠한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 간섭 시도도 단호히 분쇄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미국의 무기 지원 계획이 대만을 한층 더 ‘화약고’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번 유시쿤 입법원장의 방미를 통한 무기 지원 논의에 대해서도 거칠게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