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65년만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

최창근
2023년 05월 16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3년 05월 16일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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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확보했다.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관세청 해당)는 5월 4일, 지린(吉林)성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 내륙 화물 교역 중계망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내륙 지역의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성은 물자 수송을 위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등을 항구로 이용했다. 다만 거리가 1000㎞에 달해 비효율적이었다. 반면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중국-러시아 접경 지대인 헤이룽장성 쑤이펀허(綏芬河)나 지린성 훈춘통상구(琿春通商區)에서 200㎞ 이내 거리에 있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5월 14일, 해당 소식을 보도하며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이용하면 물류 원가 절감 외에도 장기적으로 베이징 인근의 산하이관 화물 철도의 고질적인 병목현상도 줄어들어 석탄 등 벌크 물자의 운송이 대폭 개선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더하여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 사이의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거두게 될 것으로도 예상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이른바 ‘차항출해(借港出海·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 전략에 따라 북한 나진항 사용권을 확보해 이곳을 극동 지역의 주요 중계무역항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중 간 무역이 위축됐고, 나진항 활용도도 떨어지게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이 나진항의 대체 항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류 문제뿐만 아니라 ‘역사’ 문제에서도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 항 사용은 의의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청(淸)대까지 중국 지린성에 속했다. 1858년 블라디보스토크가 속한 연해주를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관할키로 한 아이훈조약, 1860년 중러 간 국경을 정한 베이징 조약이 체결되면서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 지명도 ‘해삼위(海蔘威)’라는 중국식 명칭 대신 “동쪽을 지배하라”는 뜻의 러시아어 ‘블라디보스토크’로 바뀌었다. 러시아가 동방에 확보한 부동항이었다.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중국에 내어 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 간 교역 규모는 예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상당량이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탓에 극동 지역 교역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중국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되찾음으로써 해외 항구를 통해 중국 동북부 산업 기반을 활성화하고 국경 간 운송을 촉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북동부 지역은 그동안 항구가 없어 물류난에 시달려왔다. 지린성, 동북부 헤이룽장성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확보함에 따라 무역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