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암호화폐 탈취 등 사이버 범죄로 미사일 자금 절반 충당”

김태영
2023년 05월 11일 오후 7:17 업데이트: 2023년 05월 11일 오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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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개발 자금의 절반가량을 암호화폐 탈취 등 사이버 공격을 통한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미 당국자 발언이 나왔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앤 뉴버거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9일(현지 시간) 미국 비영리재단 특수경쟁연구프로젝트(SCSP) 주최 대담에서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등의 불법 행위가 미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직면한 ‘가장 사악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1일 보도했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례 없이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이 사이버 영역에서 조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 정부 차원에서 인식을 높여 시급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정부 부처에도 협조를 촉구하며 “미 재무부는 북한의 자금이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런 일(사이버 공격)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북한이 어떻게 사이버 공격에서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NSC는 지난해 7월 워싱턴의 민간연구소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대담에서도 “북한이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통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의 약 30%를 충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버 영역에서 북한의 불법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1년도 안 돼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이날 암호화폐를 쪼개고 섞어서 추적하기 어렵게 하는 믹서(mixer) 업체에 대해서도 경고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8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북한 해커 집단과 연계된 믹서 업체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한 일을 언급하며 “이들 업체가 하는 일은 수많은 암호화폐 불법 거래를 또 다른 불법 거래와 섞어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앞서 북한의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4억5500만 달러(약 6021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돈세탁할 때도 토네이도 캐시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월 1일(현지 시간)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해커 조직은 지난해 16억5000만 달러(약 2조670억 원)에 달하는 암호 화폐를 해킹으로 빼돌렸다.

국내에서 발생한 피해도 적지 않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지난 4월 발간한 ‘북한의 사이버 위협 실태와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북한이 한국의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탈취한 가상자산 액수는 약 1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한미도 사이버 안보 공조에 나섰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사이버 동맹으로 확장하는 내용이 담긴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사이버 안보 분야 정보 교류를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동맹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