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의 론 드산티스 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중국인의 플로리다 토지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법안 서명식에서 “중국 공산당과 그 요원들의, 미국 기업에 대한 스파이 행위와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속임수에 맞설 수 있는 법안을 주 의회에 요청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드산티스 주지사는 ‘중국(China)’과 ‘중국 공산당(CCP)’을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했다. 법안 서명식도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차단(Stop CCP Influence)’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안들이 “선샤인 스테이트에 중국 공산당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g State)’는 플로리다의 눈부신 햇살과 따뜻한 날씨로 인해 붙은 별명이다.
이날 드산티스 주지사가 서명한 법안(SB 264)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우려 국가’ 7개국 정부나 정부 관원이 플로리다 농지 또는 군사시설이나 중요 인프라에서 10마일(16.09km) 이내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특히 중국 정부나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기관 및 개인은 플로리다의 부동산 구매와 취득을 모두 금지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관계자가 플로리다의 부동산에 간접적으로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는 것도 금지했다.
다만, 비관광비자를 소지한 중국인이 군사시설에서 5마일(8.04km) 이상 떨어진 곳의 토지 2에이커(8093㎡)를 취득하는 것은 허용했다.
당초 법안 초안에는 없었으나 의회 통과 과정에서 추가된 조항이다. 중국계 미국인들이 “플로리다는 우리 집”이라며 거세게 항의하자 일부 요구사항을 수용한 조치다.
또 이 법안은 플로리다주 정부기관이 외국이나 외국의 독립체와 계약하는 것도 금지했다. 중국 공산당이 외국 대리인을 내세워 플로리다 정부기관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결정은 플로리다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플로리다 무역사무소 따르면, 중국은 2022년 플로리다와의 교역량이 112억6015만달러(약 14조9천억원)에 달하는 제2위 교역국이다. 1위는 브라질(226억 3245억달러)이다.
그러나 드산티스 주지사는 “식량 안보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플로리다 토지 구매가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택에 지출한 금액은 61억 달러(약 8조원)로 외국 구매자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플로리다는 중국인 구매자들의 집중적인 목표가 됐다. 미국 전체 외국인 부동산 구입의 24%를 차지한다.
이번 법안은 드산티스 주지사의 요청에 의해 마련된 것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중국의 해외 비밀 경찰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제이 콜린스 상원의원은 중국의 해외 불법 비밀경찰서를 언급하며 “폭력적 행위에 분노한다”는 말로 중국 공산당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한 입법 활동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중국인의 미국 토지 획득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플로리다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텍사스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 중이며, 연방의회 차원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당원이나 그 대리인이 미국 부동산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계 기업이 구매한 미국 농지는 중국 당국의 스파이 활동 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날 주 정부기관이나 교육기관의 서버와 장비에서 중국 동영상 앱 틱톡 등 ‘위험한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SB 258)과 주립대학과 교직원에게 중국 등 우려 국가의 개인·단체로부터 공적으로 선물을 받는 것 등을 금지하는 법안(SB 846) 등 중국 공산당의 침투를 막기 위한 2건의 법안에도 서명했다.
또한 공화당 소속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날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다른 2건의 법안에도 서명했다.
하나는 교육기관 침투를 저지하는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주 정부기관 및 주립학교에서 중국 공산당의 침투 앱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텍사스주 등에서도 같은 조치가 검토되고 있으며, 톰 코튼 상원의원은 지난달 중국이 미국의 토지를 소유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이 인수하는 토지가) 중국 스파이 활동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가안보상의 위험을 이유로 내세웠다.
“중국 공산당의 야망과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이 나라에서 통일된 대처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주권을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드산티스는 강조했다 .
SB 846 법안은 주립대학과 그 직원이 외국 정부기관·개인·법인으로부터 공적으로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또 주립대학은 플로리다 주지사 위원회나 주 교육 위원회 승인 없이 외국에 소재한 어떤 대학과도 협약이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없다.
이는 중국 공산당과 그 대리인의 선물 공세, 협약을 통한 자금 지원을 철저히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을 내세워 외국 대학에 각종 지원금을 주고 혜택을 제공하거나 크고 작은 포상을 하는 방식으로 학교 운영진, 교수를 포섭해왔다. 여기에는 무료 중국 연수나 여행 등도 포함된다.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중국 측 자금이나 선물을 받은 교수들은 중국 측에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게 되고, 중국 공산당은 이를 해당 국가의 교육계와 지역사회에 침투하는 거점으로 삼는다. ‘스파이 거점’으로 불리는 공자학원이 그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법안 SB 258은 주 정부 및 주 교육기관의 모든 서버 및 장치에서 틱톡 등 금지된 어플리케이션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했다.
또한 공공기관은 주 정부 전자장비에서 이런 위험한 응용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제거할 기능을 유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 정부 당국에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있는 외국산 금지 어플리케이션 목록을 작성하도록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