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농민들이 ‘농관(農管·농촌 관리원)’ 때문에 “애써 키운 농작물, 가축, 과일나무를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사연이 잇따라 공개됐다.
5월 5일 차이나디지털타임스(中國數字時代)에 따르면, 중국 후난(湖南)성 천저우(郴州)시 인근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 리(李) 씨는 국가로부터 도급받은 토지 약 6000㎡에 생강을 심었다. 지난 4월 23일 그는 밭에 물을 주러 갔다가 생강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리 씨는 수소문 끝에 농관들이 생강을 뽑아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관련 정부 부처에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생강은 식량으로 분류되는 농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생강 대신 벼를 심어라. 그렇지 않으면 규율을 어기고 경작지를 점유하는 것으로 간주해 보상은커녕 처벌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농관의 공식 명칭은 ‘농촌 종합 행정관리’이다. 중국 국무원 농업농촌부는 지난 2018년부터 농업 법집행 전담 부서 설치에 착수, 지난해 말까지 전국 시·현의 농업농촌국 산하에 관련 부서 총 2564개를 설치했다. 지난해 말까지 공무원 82000명 이상이 농관에 임명됐으며 이들은 올해 1월 1일부터 업무에 공식 투입됐다.
장시(江西)성 上饒(상라오)시 퉁붜(銅鈸)산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농민 예원(가명) 씨는 지난 4월 26일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 “농관들이 매일 차를 몰고 마을에 들이닥친다. 닭, 오리, 개, 돼지 등 가축은 물론 어장에 키우는 물고기도 다 가져간다”며 “구이쯔(鬼子·항일전쟁 당시 일본 군인을 일컫는 말)에게 탈탈 털리는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산둥성에 사는 농민 타오(陶)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농관들이 산림을 무차별적으로 벌목한다. 그들은 식량을 재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나무를 모두 베버렸다”며 “하지만 그런 곳엔 벼를 심기 어렵다. 농관들은 황당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난(河南)성, 산시(山西)성, 후난(湖南)성, 광시(廣西) 좡(壯)족 자치구 등 중국 각지에서도 농관이 농민들의 물자를 약탈하고 산림을 벌채하는 등의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민들의 사연이 인터넷에 다수 게시되면서 ‘농관’은 인터넷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중국 당국이 농관을 조직한 배경에는 농촌 토지 사용 정책의 변화가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농지를 숲으로 되돌리는 이른바 ‘퇴경환림(退耕還林)’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 당국은 산림을 갈아엎어 농지를 만드는 ‘퇴림환경(退林還耕)’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식량 안전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홍콩대 명예교수인 쉬청강(許成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방문연구원은 4월 28일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 “중국 당국은 농관에 두 가지 임무를 부여했다.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간 농민공(農民工·도시 임시 직장에서 돈 버는 농민)을 관리하는 것과 전쟁을 대비해 자체 식량 생산량을 보장하도록 농민을 독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쉬 교수는 “중국 당국이 갑자기 식량 생산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과 전 세계 경제 현황과 관계있다. 중국의 강점은 제조업이고 취약 분야는 농업이다. 중국은 수십 년 이래 국제 무역을 통해 강점을 수출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발전했다. 중국이 갑자기 취약점을 보완하려고 하는 이유는 전쟁을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몇 년 연속 세계 최대 식량 수입국이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19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중국 당국은 전 세계 시장에서 식량을 대량 구입했다. 쉬 교수는 “중국 당국은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 무역에 차질이 생겨 식량 수입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은 미리 중국의 농업 구조를 변환해 식량 생산을 보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쉬 교수는 “중국 농업의 장점은 다양화에 있다. 중국 농민들을 토지 조건에 따라 야채, 과일 등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거나 물고기를 양식한다. 농민은 이런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시장에 다양한 품종의 농산물을 공급한다. 하지만 모두가 식량 재배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사자 수천만 명을 낳은 1958~62년 ‘대약진(大躍進·농촌의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집단 농장화) 운동’과 다를 바 없다. 이는 필연코 큰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사평론가 스산(石山)도 “중국 공산당은 2022년 제20차 전국 대표대회의 이후 경제, 첨단 기술, 국제무역, 외교 등 분야에서 연이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고 보편적 가치관과 위배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금은 전쟁 대비 식량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농관을 투입해 농민을 간섭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중국 농민의 삶을 바꾸는 악정(惡政)이다. 중국 공산당의 통제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