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채무불이행 경고하며 부채한도 상향 촉구

한동훈
2023년 05월 08일 오후 4:32 업데이트: 2023년 05월 08일 오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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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장관이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경기침체 위기를 경고하며 부채 한도 인상을 의회에 재차 촉구했다.

재닛 옐런 장관은 7일 ABC 방송에 출연해 “의회가 부채 한도를 올리는 것 외에는 6월 청구서를 지불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틀 뒤인 9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간의 부채 한도 조정 협상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옐런 장관은 이르면 오는 6월1일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부채 한도 상향을 주장했다. 가파른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전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 1월 미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 한도인 31조4천억 달러(약 4경1448조원)에 도달하자 ‘특별조치’를 발동해 급하지 않은 지출은 멈추는 방식으로 채무를 이행하며 디폴트 사태를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예상보다 빨리 가용 재원이 소진돼 특별조치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옐런 장관의 입장이다.

부채 한도를 조정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화당은 먼저 연방정부의 예산 운영부터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 삭감을 약속하면 1년 시한으로 한도를 상향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 등에 사회주의 정책 예산을 포함시켜 추진해왔다.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미 국세청(IRS) 세무조사 단속요원 8만7천 명 증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그린에너지 보급 확대 등이다.

이는 민주당 상원예산위원장이자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를 비롯한 민주당 좌파 의원이 온건파 의원들을 억누르고 추진한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상하원 양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해당 법안을 속속 통과시켰고, 표결에서 밀린 공화당은 2022년 11월 총선에서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공화당은 올해 1월 새 하원을 출범시키며 IRA 등 바이든 행정부 주요 정책을 되돌려 미국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압박 속에서도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버티는 이유다.

옐런 장관이 지난해 총선을 한 달 앞둔 10월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이 부채 한도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채무불이행은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예산 삭감 요구에 대해 미국의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과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별개로 취급해 각각 협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채무불이행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백악관 내에서 수정헌법 14조를 통한 해법 모색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헌법 14조에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일부 법률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은 위헌이며, 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부채 한도를 상향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옐런 장관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의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 외에는 미국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면서 수정헌법 14조 가능성을 부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부채 한도는 의회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