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해명자료 “미래를 위해 가야할 길”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출국 전 공개된 외신과의 인터뷰와 관련 “한일 관계 개선은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윤 대통령 방미 일정을 수행 중인 한국 취재단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안보협력이 긴요한 상황에서 무릎 꿇지 않으면 어떠한 관계 개선도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으라 하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당사자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면서 한국의 안보문제가 너무 시급하기에 일본과의 협력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박하게 개편 중이다. 공산주의 대국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북한 등 전체주의 세력이 협력을 강화하며 주변국에 대한 군사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자유민주 진영은 이에 맞서 대비 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양국은 또한 공산주의 중국에 대항하는 대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협력을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 야권에서도 윤 정부의 대일외교를 ‘친일’로 비판한다.
야당 지도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입장도 지지한다. 야당 대표는 24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계속 자극해서 경제에는 타격이, 안보에는 위기가 오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매체는 외교 전문가를 인용해 ‘균형외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자유민주 진영과 공산 전체주의 진영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대중을 설득한다.
윤 대통령의 ‘100년 전 일’ 발언은 이러한 시점에서 나왔다. 그는 “이 문제는 결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설득에 있어서는 저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제 결정을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더는 미룰 수 없고 정면 돌파해야 할 사안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이날 오후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료에서는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