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국은 왜 핵무장 원하나…직면할 후과도 고려해야”

김태영
2023년 04월 24일 오후 10:37 업데이트: 2023년 04월 24일 오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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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이 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취재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자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최종현학술원이 한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북핵 위기와 안보 상황 인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6.6%가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BBC의 취재 결과 한국인들은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이유로 국방력 강화, 북핵 문제 대응 등을 주로 꼽았다.

최지영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이사장은 “한국의 안보를 다른 나라(미국)에 맡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국가 안보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과 핵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매우 꺼리지만 실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한국”이라며 미국이 불편해하더라도 한국의 국가 안보상 문제는 명확히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복무 시절인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은 구성운(31) 씨는 “한국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한다”며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의 위협에서 한국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공동대표 제니 타운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예로 들며 자체 핵무장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 시절 6ㆍ25 전쟁을 겪은 홍인수(82) 씨는 “세상이 변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만 핵무기 없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핵무기 보유는 결국 우리에게 해(害)가 될 것이다. 다음 세대가 안쓰럽다”고 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 대중들은 아마도 핵무장의 후과까지 고려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이란 등의 나라는 핵무기 비확산이란 국제 질서를 깬 이유로 비싼 대가를 치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미국은 한국과의 방위 공약을 철회할 수 있고 (한국은) 국제적 명성을 잃고 고립될 수도 있다”며 “또한 비확산 체제에 균열을 일으켜 다른 나라들도 따라서 핵무장을 하는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제적으로 고립되기엔 전략적·경제적으로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확장억제 추가 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국제 안보 위기 속에서도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이 매우 확고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무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핵무장 외에도 여러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 전쟁 발생 시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핵 공유 협정 추진 등이 거론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와 같은 논의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