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헝가리, 식용곤충 규제 강화…“전통식품 보호”

한동훈
2023년 04월 14일 오전 9:01 업데이트: 2023년 04월 14일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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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밀가루, 기존 밀가루와 분리 진열
상품 포장에는 곤충 함유·원료 표시 의무화

세계적인 식용곤충 보급 움직임 속에서 이탈리아와 헝가리가 식용곤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식용곤충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시대 역행’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기존 식품을 보호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이탈리아 정부는 농업·식량주권부 등 3개 부처 합동으로 귀뚜라미, 메뚜기, 기타 유충을 원료로 만든 식용곤충 밀가루를 피자와 파스타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지난달 발표했다.

법령에서는 기존의 곡물 밀가루(곡물 밀가루를 이용한 상품 포함)와 곤충 밀가루(곤충 밀가루를 이용한 상품 포함)를 같은 진열대에 두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분리할 것을 규정했다.

또한 곤충 밀가루 등 곤충을 포함하거나 원료로 한 제품에 이를 알리는 라벨을 부착하도록 했다.

농업·식량주권부의 체스코 롤로브릿지다 장관은 “곤충 밀가루를 이탈리아에서 만든 식품과 혼동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곤충 밀가루를) 먹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먹을 수 있다. 다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거의 안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용곤충 제품을 전통 식품과 명확히 구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자는 정책은 우파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추진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멜로니 총리는 트위터에 “사람들은 정보에 입각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멜로니 내각은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도 제정했다. 배양육이 품질이나 효용성, 음식 문화면에서 전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 여론은 전통 식품을 보존하자는 정부 정책을 다수가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식품 전문지인 ‘이탈리아 식탁(Italia a tavola)’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탈리아인 84%가 배양육 등 실험실에서 제조된 식품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EU는 식용곤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U는 2018년 1월 시행에 들어간 ‘EU 신식품(Novel Food)’ 개정안을 통해 귀뚜라미, 메뚜기 등 곤충으로 만든 식품을 허용했다. 올해 1월 말에는 밀웜도 식품 명단에 추가했다.

갈색거저리의 유충(애벌레)인 밀웜은 곡식을 주된 먹이로 하며 대량 사육이 가능해 그동안 주로 애완동물의 사료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식용곤충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도 이탈리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식품 시스템 변경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구 ‘굿푸드 인스티튜트 유럽’은 배양육 금지는 “과학적 진보와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기술 혁신은 환영하지만,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고 보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EFA 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음식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음식문화를 더욱 확실히 보호하기 위해서다.

식용곤충을 규제하는 EU 회원국은 이탈리아에만 그치지 않는다. 헝가리에서도 식용곤충에 대한 엄격한 규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헝가리의 이슈트반 나지 농업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곤충 유래 단백질이 포함된 식품에 라벨로 곤충을 사용하고 있음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발표했다.

나지 장관은 정부가 엄격한 제품 표시와 분리 원칙을 통해 “EU에서 승인된 곤충 단백질이 포함된 식품으로부터 헝가리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라며 식용곤충을 먹고 싶지 않은 국민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헝가리 농가는 고품질의 식재료, 신선하고 양질의 식재료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헝가리 국민들은 식량 부족이나 단백질 부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헝가리 식품부에 따르면, 식품유통안전청 조사 결과 2016년 이후 헝가리에서는 식품 등을 통해 식용곤충을 접촉하게 된 사람이 2.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