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국인 베트남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1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안보 문제를 비롯한 여러 공동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베트남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AFP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올해로 포괄적 파트너십 10주년을 맞이했다. 블링컨 장관은 “베트남과,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양국의 공동 비전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중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베트남과의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블링컨 장관은 하노이에 들어설 새 미국 대사관 기공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는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베트남 주재 새 대사관 설립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베트남이 구축해온 파트너십과 우정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내기도 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미국과 베트남은 매우 견고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강대국이 약한 나라를 괴롭히지 않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대한 바람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은 양측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그는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와 같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베트남의 그림이 엇갈렸다”고 인정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행사하다 ‘정치범’으로 몰려 감옥에 수용된 사람이 최소 16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10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는 일반 시민, 언론인, 기타 활동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다 체포돼 가혹한 형을 선고받는 일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번 베트남과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베트남 방문에 이어 오는 16일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VOA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G7 회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핵 군축 및 비확산, 식량 및 에너지 안보 등 국제 안보 문제를 주로 다루고, 인도–태평양 지역 비전 등 동맹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