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윈 무용수 “어머니, 중국서 징역 4년…신앙 탄압”

에바 푸
2023년 04월 09일 오후 3:23 업데이트: 2023년 04월 09일 오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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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거주 중인 스티븐 왕 씨에게는 휴대전화가 바다 건너 중국에 있는 가족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다.

지난 2009년, 단지 신앙 때문에 감옥에 구금돼 수년간 고문을 당한 끝에 세상을 떠난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전한 것도 전화 한 통이었다.

또 지난여름 걸려온 또 다른 전화 한 통으로 모친이 체포됐음을 알았다. 이달 초 스티븐 씨는 모친이 부친과 같은 이유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에 있는 자택에서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스티븐 씨는 “가족 중에서 항상 제가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된다”고 말했다.

36세의 전문 무용수이자 현재 미국 시민권자인 스티븐 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20년 이상을 고향이라고 여겼던 곳이자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곳이지만, 이제 더는 돌아갈 방법이 없다.

스티븐 씨는 자신의 부모가 그러했듯 파룬궁 수련자다.

도덕적 가치에 중점을 둔 심신수련법인 파룬궁은 최대 1억 명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수의 수련자를 기록할 정도로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이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1999년부터 파룬궁 수련자들에게 잔혹한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수련자를 투옥하고, 강제 노역을 시키고, 심지어는 살해했다. 스티븐 씨의 부친이 여기에 해당했다.

살아남은 파룬궁 수련자들 또한 항상 박해의 위협에 시달렸다.

15년 전, 스티븐 씨가 고향을 떠날 때 그의 모친은 공항까지 동행했다. 모친이 남긴 작별 인사는 “몸 잘 챙겨라”는 당부였다.

그것이 모친과의 마지막 대면이 될 줄은 몰랐다.

1996년 찍은 스티븐 씨 가족 사진|사진=스티븐 왕

가족이 만난 긍정적 변화…그리고 탄압

스티븐 씨의 부모는 모두 중학교 교사로, 스티븐 씨를 비롯해 자녀 셋을 더 낳았다. 현재는 폐지된 한 자녀 정책 때문에 당시 더 많은 자녀를 낳기 원하는 부부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스티븐 씨의 부모는 직장을 잃었다. 생계 말고도 건강에도 문제가 있던 스티븐 씨 부모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시작한 게 파룬궁 수련이었다. 스티븐 씨에 따르면, 심신수련법인 파룬궁을 수련한 후 부친의 당뇨병과 모친의 고혈압 및 심장병이 점차 호전됐다.

그뿐만 아니었다. 스티븐 씨는 “진실과 연민, 관용의 가치를 가르치는 파룬궁이 가족에게 화목을 가져다줬다”고 했다. 아직 어렸던 스티븐 씨가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님은 예전처럼 매를 드는 대신 대화를 통해 스티븐 씨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평화로운 가정은 1999년 중국 정권의 대대적인 박해로 산산조각 났다.

스티븐 씨 부친이 네 번째로 구금된 해인 2003년, 부친은 나았던 당뇨병이 다시 심해져 신부전증까지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교도소 측에 “오늘 석방되지 않으면 내일이면 시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망 책임을 지기 싫었던 교도소는 스티븐 씨 부친을 풀어주었으나 이미 부친의 건강 상태는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었다.

학생이었던 스티븐 씨는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틈날 때마다 몸을 주물러드렸다. 그러나 스티븐 씨 부친은 진통제 없이는 잠조차 청하지 못했다.

석방 후 줄곧 와병 생활을 하던 부친은 스티븐 씨가 미국으로 떠난 뒤인 2009년 사망했다.

스티븐 씨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니가 받으셨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신부전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방에서 담요로 몸을 감싸고 슬픔을 조금씩 삼키는 것뿐이었다”는 스티븐 씨는 그때의 무력감이 여전히 자신을 괴롭힌다고 털어놓았다.

부친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부친을 볼 수 없었던 스티븐 씨. 몇 년 후, 중국 당국이 이번에는 스티븐 씨의 모친을 표적으로 삼았다. 스티븐 씨는 이번에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왕이 가족 사진을 보고 있다.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파룬궁 알렸다고 70세 노인 투옥

3월 1일 자 판결문에 따르면, 스티븐 씨 모친은 파룬궁 정보 자료를 배포하고 지역 주민들과 파룬궁 수련에 관해 토론한 혐의를 받는다.

가족들은 중국 공안이 출산한 둘째 딸의 산후조리를 돕고 있던 스티븐 씨 모친을 병원에서 체포해 갔다고 증언했다. 스티븐 씨 모친은 이전에 이미 11차례 체포돼 총 8년간 구금당한 경험이 있었다. 구금 기간 모친은 강제 노역에 시달리느라 하체가 붓고 궤양이 생기기도 했다.

가족들은 지난해 7월 체포된 이후 모친을 본 적이 없으며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수차례 면회 요청을 했으나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규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스티븐 씨는 “70세 노인을 왜 그리 체포하고 싶어 했느냐”고 반문하며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스티븐 씨 모친은 현재 창사 제4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고 알려졌다. 스티븐 씨는 이에 대한 청원을 시작한 상태다.

스티븐 왕이 가족 사진을 보고 있다. | 사미라 바우어/에포크타임스

건장하던 아버지, 뼈하고 가죽만 남아

스티븐 씨 형제들이 어릴 때부터 이 같은 박해는 이어져왔다.

2002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에 스티븐 씨 부모는 모두 구금됐다. 스티븐 씨와 다른 형제들은 다른 보호자 없이 자신들끼리 남겨진 채 집을 지켜야 했다. 당시 스티븐 씨는 14살이었다.

그해 말, 스티븐 씨와 동생들은 감옥에 있는 부친을 면회했다.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면회객과 대화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스티븐 씨는 유리창 너머로 부친이 칠판에 글을 써서 의사소통하는 광경을 불안하게 지켜봤다. 단 몇 달 만에 건장한 모습이 사라지고 가죽과 뼈만 남은 아버지의 몰골은 어린 아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저희는 잘 지내고 있다는 것과 무용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Daniel Ulrich

 수백만 명 이상, 신앙 때문에 투옥

부모님이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수감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던 어린 스티븐 씨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억압적인 환경 속, 파룬궁이나 부모님의 박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커녕 자기 자신이 표적이 될 두려움에 항상 떨어야 했다.

오래 억눌러왔던 감정은 션윈을 통해 해방구를 찾았다.

중국 고전무용을 전공했던 스티븐 씨는 2008년 중국을 떠나 뉴욕에 본사를 둔 션윈예술단에 합류했다. 션윈은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소멸된 중국의 5000년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사명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이다.

2010년 투어 시즌, 스티븐 씨는 파룬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를 맞아 죽은 어린 소녀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아버지가 소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은 스티븐 씨 자신이 어렸을 때 부친이 자신을 업어주던 추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현재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살고 있는 스티븐 씨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꿈이다. 스티븐 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수백만 명의 가족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씨는 오늘도 중국에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한편, 모친의 회복력을 믿고 있다.

“적어도 어머니는 당신의 신념을 지키고, 당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