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단백질 바’, 영화 속 이야기 아니다…다가오는 식용 곤충 시대

에마 수티
2023년 03월 30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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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중심으로 식용 곤충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벌레를 먹는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곤충 단백질은 이미 양식업, 가축 사료, 반려동물 사료에 사용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사람을 위한 식용 제품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 2014년 유럽 최초로 식용 곤충을 법적으로 허용한 벨기에에서는 곤충잼이 수퍼마켓 체인에서 판매된다.

식용 곤충은 인구는 증가하지만 식량자원은 한정된 상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마련됐다.

최근 프랑스 생명공학 푸드테크 기업 옌섹트(Ÿnsect)는 글로벌 곤충 농장 네트워크를 구축, 생산량을 극대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옌섹트는 조만간 프랑스 아미앵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형 곤충 농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직형 농장은 공간을 수평으로 확장하는 대신 아파트형 농장을 통해 수직으로 확장했으며,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영양분만 사용해 재배하는 친환경적 농장이다.

옌섹트는 “더 적은 공간과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농장에서는 연간 2만 톤의 곤충 기반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앞서 미국 제분 기업인 아덴트밀스(Ardent Mills)와 계약을 체결, 미국 중서부 지역에 곤충 원료 생산 관련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미국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유럽연합, 2021년 사람을 위한 식용 곤충 허가

식용 곤충이 유럽에서 사람용 식품으로 본격화된 것은 지난 2년 전부터다.

유럽식품안전당국(EFSA)은 2021년 밀웜(거저리 유충)을 통째로 먹거나 분말로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인정하면서, 이후 옌섹트는 제빵 제품, 스포츠 영양 제품, 면, 육류 및 육류 대체품에 사용되는 곤충 분말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업은 나날이 번창 중이다.

앞서10년 동안 반려동물 사료 또는 어류 및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곤충을 생산해온 옌섹트는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사람을 위한 식용곤충 식품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용 곤충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곤충운 검은병정파리, 메뚜기, 밀웜, 누에, 그리고 귀뚜라미다.

옌섹트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갈색거저리와 외미거저리의 유충, 총 두 가지 유형의 밀웜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알게 모르게 곤충 단백질 섭취

미국에서는 이미 거의 모든 사람이 의도치 않게 곤충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침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식품에 일정량의 곤충 첨가가 허용된다. FDA는 식품에 있어 특정 “자연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결함'”이 허용되며 이는 인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일마카로니와 치즈 제품에는 식품 225g당 최대 225개의 곤충 조각이, 땅콩버터에는 100g당 최대 30개 조각이, 밀가루에는 50g당 최대 75개 조각이 포함될 수 있다.

FDA  지침에 따르면, 일반 식품에 곤충 조각이 들어 있으면 ‘오물(filth)’로 분류하며 오물 중에서도 ‘곤충 오물(insect filth)’로 분류한다.

현재 미국 일부 소비자들은 과거에는 먹는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미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식용 곤충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FDA 역시 곤충과 관련해 오물에 대한 분류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FDA의 지침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는 식용 곤충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농무부(USDA) 산하 국립식량농업연구소는 정부 부처 간 실무 그룹을 결성하고 인간과 동물의 식단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곤충의 역할에 관한 탐색 연구에 돌입했다.

해당 실무 그룹 측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식용 곤충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식용 곤충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들

일각에서는 식용 곤충을 식탁에 올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식용 곤충 보급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감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 추진 중인 비료 사용 금지 정책과도 연계됐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 최대 식량 수출국인 네덜란드에서는 농민들이 질소 비료 사용량을 줄이지 않으면 강제로 토지를 국가에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가업으로 이어온 농장을 잃게 된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자들은 대다수 토지가 이미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작황이 부실해 비료 사용량 감축 정책이 농민들의 수익 감소 심지어 자급자족마저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에서도 육류 소비를 줄이고 그 대안으로 ‘더’ 지속가능한 식품인 식물 단백질, 식용 곤충을 섭취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머지않아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WEF)은 2023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에서 “식량 불안 대응책”으로 “탄소 배출 제로”, “더 자연친화적인” 식품으로의 전환이 촉구된다고 강조하면서 식용 곤충을 탄소 배출 제로 식품으로 분류했다.

WEF는 보고서에서 탄소 배출 제로 식품으로의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급진적인 정책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식용 곤충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축산업 및 낙농업을 압박하는 발표로 풀이되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좁아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환경오염 저감 등을 의제로 글로벌 엘리트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식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값비싼 육류와 유기농 곡물들은 부유한 엘리트가 소비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점차 식용 곤충에 의존하는 형태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속 상황이 현실로 재현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곤충, 인간에게 건강한 식품일까?

식용 곤충 보급과 관련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논의점은 건강에 미칠 영향이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곤충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과는 다르다. 인간이 곤충을 직접 먹게 되면 신체에 어떤 변화가 초래되지는 않을까?

비용과 자원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곤충을 먹는 것이 인간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관해서는 아직 연구가 충분치 못하다.

곤충의 외골격에는 ‘키틴’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인체가 키틴을 소화할 수 있는지, 특히 염증 또는 면역 반응을 유발할지 등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실하게 입증된 바가 없다.

2018년 발표된 알레르기 및 면역학 관련 논문에 따르면 포유류는 키틴을 합성할 수 없으며, 포유류의 면역 체계에는 키틴이 잠재적 표적으로 간주된다.

당시 연구팀은 키틴이 폐와 장에서 다양한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키틴 섭취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장기적인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과학적 근거와 함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곤충 섭취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식품 연구가 마이크 아담스는 네이처 뉴스(Natural News)에서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식용 곤충 정책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질소가 악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에 의해 육류 공급망이 파괴되고 있는 사이, 우리들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귀뚜라미와 밀웜을 먹으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논평했다.

식용 곤충 시장 전망, 그리고 선택권

시장 조사에 따르면 식용 곤충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46억3천만 달러(약 6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으로는 통곤충, 곤충 분말, 곤충 식사, 곤충 오일 등이 있다. 응용 분야로는 동물 사료, 단백질 바 및 단백질 셰이크, 베이커리 및 제과 제품, 음료 등이 꼽힌다.

식용 곤충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문제의 핵심은 ‘식용 곤충을 먹어도 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지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 혹은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이념을 위해 기꺼이 곤충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쉽게 결단하기 힘든 문제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비위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오염 문제를 내세워 대다수 사람들에게 식용 곤충을 내미는 부유한 엘리트의 위선이자 강요가 될 수도 있다.

의복이나 주거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음식은 자율적인 선택권이 중요하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정부, 단체, 식품업계에는 식용 곤충의 이점이 뚜렷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것을 소비해야 할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의견수렴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벌레를 일상식품으로 먹는 민족이나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강제로 벌레를 먹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식용 곤충 개발과 보급에 앞서 식품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