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 의심 중국 ZPMC 제조 크레인 국내 항만 절반 차지

최창근
2023년 03월 17일 오전 10:47 업데이트: 2023년 03월 17일 오후 3:39
TextSize
Print

미국 주요 항만에서 이른바 ‘트로이 목마’ 논란을 일으킨 중국산 대형 크레인이 한국 내 항만에서도 절반을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16일,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해양수산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항 등 국내 10개 항만에서 운용되는 809개 크레인 중 과반이 넘는 427개(52.8%)가 중국 상하이 전화중공업(ZPMC) 생산 제품으로 확인됐다.

각 항만별 ZPMC 제조 크레인 비율을 보면 부산항 55.4%(538기 중 298기), 평택항 75.0%(28기 중 21기), 인천항 68.1%(113기 중 77기), 울산항 62.5%(24기 중 15기) 등 대부분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 ZPMC 제품을 설치한 항만도 있었다. 포항항, 목포항, 군산항, 마산항, 대산항 등이다.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전남 여수 광양항으로서 10.3%로 조사됐다.

국토안전부 등 미국 안보당국은 정교한 센서가 부착된 ZPMC 크레인이 군의 해외 물자 이동 정보를 수집하는 등 스파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여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트로이 목마’로 지목된 ZPMC 크레인은 선박에서 항만으로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거꾸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실을 때 사용하는 안벽크레인(STS 크레인)이다. 해당 크레인은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고성능 센서를 갖췄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ZPMC는 중국 국유 대기업 중국교통건설(中國交通建設‧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 Company)의 자회사이다.

ZPMC는 글로벌 항만 자동화 부문 선두주자로서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장에 진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IT 대기업과도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MS 홈페이지에 게시된 홍보 동영상에 따르면 ZPMC 사장은 “우리의 상하이 본사를 통해 여러분은 모든 크레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실리는 물품에 관한 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부산항, 평택항은 유사시 미군 항만으로 사용되는 중요 항구이다.

문제를 제기한 안병길 의원은 “국가 기반 시설인 항구는 그 어떤 곳보다 철저한 보안이 유지돼야 하는 만큼 작은 안보 우려도 명백하게 검증해야 한다. 국내 항구에 설치된 모든 크레인을 대상으로 보안성을 점검하는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