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사자 속출…전문가 “지나친 시장 통제가 식량난 부추겨”

이윤정
2023년 03월 11일 오후 1:56 업데이트: 2023년 03월 11일 오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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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 부족이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지나친 시장 통제를 원인으로 꼽으며 식량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산간 오지에서 아사자가 연이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함경북도 한 오지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이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끝내 사망했다”며 “남겨진 자식들이 고아원으로 보내져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난 7일 전했다.

소식통은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마을에 살던 60대 주민이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했다”면서 “사망자들은 지병이 없던 건강한 주민들로서 농장 일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였는데 식량난이 지속돼 끼니를 거르면서 기력이 빠져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결정을 반영한 선전화 | 연합뉴스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이 농업 관련 기사의 비중을 대폭 늘리며 식량 생산을 다그치고 있는 것도 만성적 식량 위기에 시달려온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8일 “밭을 논으로 바꾸고, 올 곡식을 심자”며 식량 생산 증대를 독려했다.

11일 자 보도에선 ‘백배로 분발하여 밀·보리 농사에서 결정적인 개선을’ 제하의 특집기사를 통해 “당 전원회의 결정을 높이 받들고 온 나라가 올해 알곡 생산 계획 수행을 위한 투쟁으로 들끓고 있다”며 “밀·보리 농사를 잘하는 것은 우리 인민들의 식생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6일~3월 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농업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다룬 것도 이례적이다.

FAO, 北 ‘식량 지원 필요국’ 17년째 지정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을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지정했다. 북한은 FAO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17년 연속 ‘식량지원 필요국’으로 지정됐다.

지난 4일 자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FAO는 최근 공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 대다수가 낮은 수준의 식량 섭취로 고통받으며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평균 이하의 농업 생산량으로 더 악화한 지속적인 경제적 제약을 고려하면 식량 안보 상황이 계속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식량난이 위급한 와중에도 북한 당국은 농업 실패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신문은 “농사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은 결코 땅 탓, 하늘 탓이 아니다”라며 “한 해 농사를 당과 국가 앞에 전적으로 책임진 농업 부문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정신력에 달려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이에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주민들이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앙에서는 간부들을 평양에 불러올려 며칠간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내놓는다는 결론이 자력갱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주민들이 어처구니없어한다”고 전했다.

전문가 “당국의 시장 통제가 식량난 부추겨”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지나친 시장 통제가 식량난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쌀 등을 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출처 확인 서류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들을 인용해 “국가 우선 공급 정책 때문에 상인들도 거래할 수 있는 양이 줄고 이윤이 절감되면서 아예 장사를 접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권태진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도 RFA에 “북한은 올해 식량 수요와 공급 두 가지 모두 위기에 직면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체 생산에 의존하는 것만으로 식량난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며, 특히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 위주로 수입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