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관을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AP통신, 캐나다 CBC 등 북미권 매체들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3월 6일,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특별조사관을 지명, 지난 2019년, 2021년 캐나다 총선 시 중국의 개입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특별조사관이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아 외국의 선거 간섭을 막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권고와 건의를 행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캐나다 의회 안전보장위원회에 “외국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별도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안보기관이 외국의 간섭 위협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수사하라.”고 국가안전보장정보심사국(NSIRA)에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해당 조치를 통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 외국 정부가 어떻게 개입을 시도하고 캐나다 안전보장기관은 어떻게 대처하고 정부 내에서 정보가 어떻게 나돌았는지를 깊이 파악·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0일, 캐나다 현지 신문 ‘글로브앤드메일’은 “캐나다 하원이 지난 2021년 캐나다 총선에 중국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규명하고자 특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이 2021년 총선에서 친중 성향이자 집권 여당인 자유당의 승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했다.”는 내용이 담긴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이 작성한 비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글로브앤드메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캐나다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보다 자유당이 계속 집권하는 쪽이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유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또하 중국은 친중 인사들이 자유당 후보들에게 선거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유도한 뒤 나중에 이를 보전해 줬으며, 반중 성향 후보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가짜 정보를 유포했다. 중국이 자국 출신 유학생들을 선거운동에 투입하고 여론을 선동·조작하기 위해 기업과 학계의 친중국 대리인들을 동원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정보당국 비밀 문건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캐나다 경찰 당국은 관련 보도가 정보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정보누설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공표했다. 캐나다 연방경찰 조직인 왕립캐나다기마경찰(RCMP)은 3월 7일, 트뤼도 총리의 발표에 앞서 “관련 보도 내용과 관련해 정보보안법(SIA) 위반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외교당국은 캐나다 정부와 의회가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을 조사하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3월 2일, 친강 중국 국무원 외교부장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에게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 특정 후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는 의혹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친강 부장은 ‘자허오유(子虛烏有)’와 ‘무계지담(無稽之談)’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기도 했다. 자허오유는 전한(前漢)시대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에서 유래한 말로 허구적인 인물이나 거짓말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고, 무계지담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말을 뜻한다.
친강은 “중국은 이제껏 다른 나라 내정을 간섭한 적이 없고 어떠한 나라도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駐)캐나다 중국대사관과 총영사관은 빈협약을 준수하고 양국 관계와 각 분야 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중국 외교기구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거짓말이 양국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