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우할 이유 사라져…정부 평가 후 6개월 내 폐쇄 추진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홍콩경제무역대표부(HKETO) 폐쇄 및 특권 폐지를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HKETO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홍콩인과, 중국 공산당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는 단체들에 가하는 중국 공산당의 인권 유린을 은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르코 루비오 의원(공화당)은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 뉴욕에 있는 홍콩경제무역대표부에 부여된 특권에 대해 재평가하고, 특권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 6개월 내에 미국 내 활동을 종료하고 철수해야 한다.
HKETO는 홍콩 특별행정부 정부를 대표하는 경제·무역 사무기관으로서 미국·영국·일본 등 14개국에 대표부 사무소를 두고 있다. 즉 홍콩의 외교 공관 역할을 한다.
이 기관은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과 무관한 독립적 기관으로 인정받아 일련의 우대조치를 받아왔다. 그러나 2020년 7월 홍콩 국가안전유지법 시행 이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해외 대변인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고 이번 법안을 주도하는 의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계속 훼손하고 있다. 따라서 HKETO가 외교적 특권을 가질 자격 있는지 평가하고, 자격이 없다면 마땅하 특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한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당)은 “홍콩은 열린 사회에서 베이징의 권위주의 정권에 장악된 또 다른 중국 도시로 변모하는 비극을 맞고 있다. 이는 HKETO를 별도로 대우해야 할 근거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클리 의원은 “홍콩 정부의 문화행사, 경제 활동 등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의 소통 창구역할을 하던 이 기관이 이제 중국 정부의 선전용 무기가 됐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법안은 상원과 하원 양원을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이 법안은 상하 양원에서 양당 의원들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루비오 의원실에 따르면, 하원에서는 대중 강경파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당)과 짐 맥거번 의원(민주당)이 같은 법안의 하원 버전을 공동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HKETO가 특권을 누릴 정당한 자격이 있는지 매년 평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HKETO가 자유로운 홍콩 정부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상실하고, 중국 공산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런던에 거점을 둔 인권단체 홍콩워치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HKETO는 이미 자주권을 잃고 중국 정부의 뜻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며 특권을 폐지하고 신규 사무소 개설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법안 발의와 관련해 중국국제무역협회 리융 선임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 경제계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이 중국과 미국 사이의 다양한 교류 및 소통 채널을 해체하고 차단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각국 정치인, 경제계 인사들과의 관계 강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 외에도 문화 교류를 통해 외국 주요 인사들과의 긴밀한 인적 관계를 형성해 이들을 통해 중국 공산당에 유리한 여론과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통일전선 공작을 펴고 있다.
호주 전 총리 맬컴 턴불은 지난 21일 의회에서 재임 기간 제정한 ‘해외 영향력 투명성 법’에 대해 “중국 공산당 중앙 통일전선 공작부의 호주 내 연결 고리를 드러내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지난해 5월 호주 총선에서는 호주 수도 준주 상원의원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중국계 후보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기관 활동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