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의회, 중국 총선 개입 진상 규명 나서

최창근
2023년 02월 22일 오후 3:34 업데이트: 2023년 02월 22일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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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의회가 지난 2021년 총선 시 중국이 선거에 개입한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나섰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엔드 메일(The Globe and Mail)’은 2월 20일, 캐나다 연방 하원이 2021년 중국의 캐나다 선거 적극 개입 논란 규명을 위한 특별 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신문은 2월 19일에는 “중국 공산당이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자유당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특정 후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글로브 엔드 메일이 인용한 출처는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이었다. 보도에서는 CSIS가 작성한 일급 비밀 문건을 공개했고, 이는 캐나다 정가로 즉각 파급됐다.

보도에 따르면 CSIS의 해당 기밀 문건은 2021년 총선 당시 중국이 후원금 명목의 현금 제공, 중국 유학생의 선거 운동 투입, 기타 정보 공작 등을 총동원하여 친중국 성향의 자유당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자유당 소속 특정 후보에 대한 선거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우호적 인사들을 유도한 뒤 차후 이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선거 개입 공작을 벌였다고 문건은 지적했다.

중국은 또 특정 하원 의원들을 겨냥해 여론을 선동, 조작하고 기업과 학계의 친중국 대리인들을 동원, 선거 개입을 넘어서는 활동을 폈다고 문건은 밝혔다. 이는 중국의 전형적인 해외 통일전선 공작이다.

CSIS의 기밀 문건은 총리실 관계자를 포함한 정부 핵심 관계자들에게 전달돼 회람, 공유됐으며 서방 5개국 정보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을 비롯하여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우방국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캐나다 연방 하원은 보수당, 신민주당 등 야권의 요구에 따라 2월 21일 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정부를 상대로 진상을 추궁할 예정이라고 글로브 엔드 메일은 보도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운영위원회에는 정부 주요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케이티 텔포드 총리비서실장, 멜라니 졸리 외교부 장관, 마코 멘디치노 공공안전부 장관, 도미니크 르블랑 내무부 장관 등 정부 주요 부처 각료들이다.

캐나다 보수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운영위원회 소집 요구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캐나다의 민주주의 제도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을 썼다. 충격적인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야권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중국의 선거 개입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유당이 이득을 얻었다고 해서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CSIS 보고서 중 주목받는 부분은 선거 실시 2개월 전 한 중국 외교관이 “자유당의 승리를 바라지만 소수 정부에 그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중국 정부가 캐나다 의회에서 각 정당이 서로 싸우는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2021년 9월 21일 실시된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은 전체 338석 중 160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원내 1당  자리는 지켰지만 원내 과반의석 170석에는 10석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