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해외여행 시 백신접종 증명에 관한 세계 표준을 추진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G20 정상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미래 팬데믹을 포함한 글로벌 과제와 그 대응책에 대해 논의한 뒤 공동선언을 통해 기존 코로나19 디지털 백신여권제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선언문에서는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보건규제(IHR)(2005)하에서 원활한 국제여행, 상호운용성을 촉진하고 예방접종 증명을 포함한 디지털 솔루션과 비(非)디지털 솔루션을 인식하기 위해 공유된 기술표준과 검증방법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선언문).
또한 이 ‘글로벌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에 대해 “기존 표준과 디지털 인증서의 성공을 살려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회담에서 G20 정상들은 올해 중반까지 각각 자국 백신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자고 합의했다. 올해에는 백신여권의 글로벌 통합으로 논의를 확장한 셈이다.
코로나19 백신여권을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개인증명서 도입은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의 방역을 지지하면서 국내 혹은 국가 간 이동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반면 사생활 침해, 개별적 건강상태에 대한 배려 미흡, 정부와 기업이 공공 인프라 및 서비스 접근을 백신접종 여부에 따라 차별하도록 국민의 생활을 강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개최된 비즈니스20(B20) 패널에서 부디 구나디 사디킨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의 제의에 따른 것이다.
사디킨 장관은 14일 패널토론에서 “WHO가 인정하는 디지털 건강증명서를 만들자. 백신 접종이나 검사를 제대로 받으면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해진다”며 WHO 표준에 따른 글로벌 백신여권의 장점은 국가 간 여행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디킨 장관은 백신여권이 또다시 찾아올 수 있는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팬데믹 때는 사람들의 이동이 100% 중지돼 세계 경제가 멈추는 대신 사람들의 이동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G20 국가들은 이 같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 구축과 인증서 도입에 합의했으며, 오는 2023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예정인 차기 세계보건총회에서 각국의 기존 인증시스템과의 통합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G20에 대한 일련의 권고 사항이 포함된 132페이지 분량의 문서에서 B20은 기술적으로 ‘상시 접속’이 가능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의 디지털 문서화’를 글로벌 건강 인프라의 일부로 널리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백신여권이 디지털 정체성의 한 형태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디지털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 이전 보고서에서 “우리가 어느 제품, 서비스,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할 것”고 언급했었다.
백신여권을 비롯한 디지털 정체성,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신분(증)이 개별 국가를 떠나 글로벌 차원에서 사람들의 활동반경을 제약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세계경제포럼을 이끄는 클라우스 슈왑 집행위원장은 그의 저서 ”코로나는 그레이트 리셋’에서 4차 산업혁명, 트랜스휴머니즘(과학기술로 사람의 정신·육체를 개조하려는 운동),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마이크로 칩’의 이식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유토피아로 봐야 할지, 디스토피아로 봐야 할지는 견해가 엇갈린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정치 동향에 대해 집필하고 있는 언론인 닉 코비슐리는 “백신여권은 글로벌 (통합) 디지털 신분증 제도 도입으로 이어져 전 세계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비슐리는 에포크TV와의 인터뷰에서 “감시사회와 같다. 어딜 가나 휴대 전화나 신분증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심지어 슈퍼마켓이나 상점에 입장하는 것조차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글로벌 디지털 신분증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면서 “그것은 사실상 사람을 사회에서 추방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수용소 기능을 할 것”이라며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