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점점 파괴적으로 변하는 글로벌 강국(increasingly disruptive global power)’이다.”라고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캐나다 외무부 장관이 경고했다.
‘가디언’, 블룸버그 등 영미권 매체에 따르면 멜라니 졸리는 11월 9일, 캐나다아 시아태평양재단과 캐나다 토론토대 뭉크스쿨이 공동 주최한 행사 기조 연설에서 올해 세계 권력 구조의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1970년대 중국은 오늘날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점점 더 파괴적으로 변하는 강대국이다. 중국은 우리(캐나다)의 이익과 가치에 반하는 것을 허용하는 글로벌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멜라니 졸리 장관은 캐나다 기업가들이 중국과 사업할 때는 “순진해선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자국민들에게 “경영진과 투자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환상이 없어야(clear eyed)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내리는 결정은 본인 몫이지만 캐나다 외교 수장으로서 나의 의무는 중국과 사업을 하는 것과 관련한 지정학적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멜라니 졸리 장관은 새로 수립할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국제적 교란 세력으로 규정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졸리 장관은 정부가 캐나다의 인도 태평양 전략을 수립 중이며 새 전략이 캐나다 국정 및 정세에 외국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멜라니 졸리는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인도·태평양 역내(域內) 민주주의 국가와 캐나다의 무역·안보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중국 접근 방식의 대략적인 틀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며 계획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아시아 전역 주요 캐나다 대사관에 중국 전담 전문가를 추가하는 게 포함될 것이다.”라고 했다. 해당 사업에는 약 5000만 캐나다달러(약 508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졸리 장관은 또한 “캐나다는 중국과 여러 문제, 특히 기후변화에 대해선 협력해야 한다.”며 “솔직하고 개방적이며 존중하는 대화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졸리 장관은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서 “인도는 캐나다의 강점인 에너지, 식품, 기술 산업에서 상업적 관계를 확장하려고 한다.”며 캐나다-인도 무역 확대를 촉구했다.
그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를 규탄했다. 또한 홍콩의 언론 자유를 지지한다고도 했다. 중국이 핵심이익이자 가장 민감한 주제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위협하는 일방적인 행동에 계속 반대할 것이며 대만과 경제·무역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오늘날 캐나다에 있어 중국은 미국에 이은 2대 교역국이다. 이 속에서 캐나다 외교 책임자가 강경한 발언 내 놓았다. 이를 두고 영미권 매체들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멜라니 졸리 장관의 중국을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온 시점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캐나다가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체포한 사건 때문에 불거진 외교적 위기를 해결한 지 1년여 만에 나온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멜라니 졸리 장관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수행하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말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해당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이 예정되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11월 8일, “중국 정부가 캐나다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트뤼도 총리는 “중국이든 아니든 세계 각국이 우리의 제도와 민주주의를 망치기 위하여 ‘공격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민주적 질서와 제도에 개입하려는 외세의 기도에 맞서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중국을 직격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졸리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이미 캐나다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하며 사실과 다르고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가득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엄정 교섭’은 특정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것을 의미한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캐나다가 수립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서도 논평했다, 그는 “캐나다가 어떤 지역 전략을 제시하든 그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호혜 상생해야 한다.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사고를 고수하고 집단정치와 진영대항을 선동하는 방식은 인심을 얻지 못하고 실현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멜라니 졸리 장관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대만, 홍콩 언급에 대해서도 ‘내정간섭’이라며 항의했다. 그는 “오늘날 중국-캐나다의 관계는 갈림길에 처해 있는데 양국 관계가 어디로 갈지는 캐나다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중국을 대하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