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변하는 국내·국제 형세 속에서 중국 공산당은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국내순환을 위주로, 국제와 국내가 서로 촉진하는 쌍순환 발전이라는 새로운 형세를 이룬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국제순환’은 경제적인 각도뿐 아니라 폭넓은 역사적 시각으로 관찰해야 그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국제순환’이 없으면 현재의 중국 공산당은 없다
신대륙발견 이후 세계가 하나로 ‘글로벌화’된 지 5백 년이 지났다. 5백 년 동안 공산주의 유령은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을 통해 이 땅에 자리 잡았다. 공산주의는 사악한 이론이자 치명적인 제도이며 죄악의 실천으로, 백여 년간 전 세계에 해를 끼쳤다.
글로벌화가 없었으면 공산주의 운동도 없었을 것이다. 공산주의 운동의 목적은 전 인류를 지배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동시에 발생했고 마르크스는 “노동자는 조국이 없다.”,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는 단결하라”며 ‘국제주의’를 강조했다.
그 후 레닌이 주창한 ‘일국 승리론'(낙후국의 프롤레타리아라도 먼저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해 사회주의의 기초를 세울 수 있다는 이론)으로 10월 혁명에 성공해 정권을 빼앗았든 스탈린이 ‘일국사회주의완성론’을 내놓고 ‘스탈린 모델’을 건립했든 공산주의의 최종목표는 여전히 ‘세계혁명’이었다.
레닌, 스탈린의 ‘혁명 수출’의 최대 성과는 중국에 신중국을 건립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소련의 원조를 받아 수립되고 성장했으며 마오쩌둥은 소련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일변도(一邊倒)’ 정책으로 사회주의 진영에 가담했다. 스탈린 사후 마오쩌둥은 사회주의의 큰형님 자리를 놓고 소련과 관계를 파기했을 뿐 아니라 중소국경분쟁으로 무력충돌까지 불사했다. 이후 중국은 대외원조를 시작했고 황당한 수준으로까지 증액됐다.
황당한 것은 공식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원조 지출이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초 1%였다가 1972년, 1973년, 1974년에는 각각 6.7%, 7.2%, 6.3%였다는 것이다. 이는 국력으로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며 그 기간 중 많은 중국 인민은 빈곤에 시달렸다. 대약진운동(1958~1961) 기간 대기근으로 국내에서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도 대외원조는 지속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세계 최대 대외원조국인 미국의 2017 재정년도 대외원조총액은 501억 달러(56조2873억 원)였다. 이는 미국 예산의 1%를 조금 넘는 금액이며 전 세계 대외원조총액의 24%에 해당한다. 당해년도 미국 GDP는 19조4900억 달러였다.
또 하나 황당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대외원조로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두 가지 대표적 사례가 있다. 당시 대외연락부장을 지낸 겅뱌오(耿颷)는 “1964~1970년말까지 알바니아에 90억 위안(약 1조5천억원)을 지원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알바니아 국민 200만 명에게 1인당 4000여 위안(약 68만 원)의 돈을 나눠준 셈이다. 그런데도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는 “종족주의자인 마오쩌둥이 전 인류를 노예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6년 중국을 방문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에게 “베트남에 200억 달러(약 24조 원)의 무상원조를 제공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베트남의 국경 침범을 이유로 들어 ‘자위적 반격’ 전쟁을 벌였다.
중국 공산당은 이처럼 황당한 일을 벌이면서도 ‘국제주의’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대외원조는 정치적,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아프리카 친구들이 우리를 UN으로 들어가게 해줬다” 등의 더욱 황당한 논리로 민중을 세뇌했다.
마오쩌둥 사후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을 진행하면서 대외원조 정책을 약화했지만, 기본적 생각과 틀은 변함이 없었다. 국제순환을 ‘정치괘수(政治掛帥)’에서 ‘경제건설 중심’으로 전환하고 ‘남남협력(SSC)’ 사업을 보류하는 대신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서 ‘신식민주의’ 정책을 펼쳤다. 서방국가의 자금과 기술, 시장, 국제 질서를 이용해 국제 대순환을 이룬 중국은 2010년 마침내 세계 제2위 경제 대국, 세계 최대의 무역국,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이 됐다.
미중 신냉전 시작…‘전략적 기회의 시기’는 끝났다
마오쩌둥은 3차 세계대전을 “빨리 싸우고, 크게 싸우고, 핵전쟁을 한다”고 억측한 바 있다. 덩샤오핑은 집권 후 3차 세계대전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개혁개방’을 시작한다. 중국 공산당은 서방이 중국에 가진 환상과 포용정책을 이용해 미국을 추월할 수십 년간의 ‘전략기우기(戰略機遇期·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2002년 중국 공산당은 16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21세기의 첫 20년은 큰일을 해야 할 중요한 전략기우기로서 반드시 꽉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중국 공산당 17차, 18차, 19차 당대회 보고서에도 계속 등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관계는 역사적 대전환을 맞았고 우한폐렴의 충격으로 2020년은 미중신냉전의 원년이 됐다. 미국은 바이러스, 홍콩 문제, 무역과 금융, 과학기술, 군사, 국제정치, 언론 등 7대 영역에서 중국 공산당에 전면적인 반격을 개시했다.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1일까지 3주 동안 트럼프 정부는 베이징에 6개의 ‘폭탄’을 집중 투하해 미국이 중국 공산당과의 전면적 ‘탈동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6개의 폭탄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폼페이오의 클린 네트워크, 트럼프의 틱톡 앱 사용금지 행정명령, 11명의 중국·홍콩 고관 제재,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방문,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폐지 등이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나 실제로는 매우 허약한 중국 공산당에 대난(大難)이 닥친 것이다. 죽은 돼지는 뜨거운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은 대응할 방법이 없으면서도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은 여전히 거짓말로 대중을 안심시킨다.
신화사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은 회의를 소집해 “현재 중국은 여전히 전략기우기에 있으며 기회와 도전은 모두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두 눈 멀쩡히 뜨고도 장님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미중 신냉전의 현실을 감출 수는 없다. 국제적 전략 국면은 미중 격돌로 치닫고 있는데 전략기우기가 어디에 남아 있단 말인가?
중국, ‘국제순환’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
어떤 평론가는 “국내순환을 위주로, 국제와 국내가 서로 촉진하는 쌍순환 발전이라는 새로운 형세를 이룬다”는 말을 중국 공산당이 쇄국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제순환 없이는 중국 공산당, 특히 현재의 중국 공산당은 있을 수 없다. 개혁개방 이후 그 이익은 국제화됐고 야망은 글로벌화됐다. 기득이익, 팽창한 야망을 중국 공산당이 포기할 수 있을까? 아까워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신냉전을 벌이는 목적은 중국 공산당 해체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인가? 중국 공산당은 이익과 야심을 위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죽어라 싸울 것이며 이를 위해서 국내, 국제 순환의 상호촉진이 필요하다.
이전 정책을 간추려 보면 중국 공산당이 국제순환을 필사적으로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운명공동체’를 소리 높여 외치고 글로벌화를 지지한다.
마르크스의 ‘전인류해방’부터 마오쩌둥의 ‘환구동차량열(環球同此凉熱·전 세계가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함께한다는 의미)’과 오늘날의 ‘인류운명공동체’까지 모두 일맥상통한다. 중국 공산당이 18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인류운명공동체’ 주장은 당장(黨章)(2017년)과 헌법(2018년)에 포함됐다.
‘인류운명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책략은 글로벌화를 지지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화는 지난해 9월 27일 발간한 ‘신시대의 중국과 세계’ 백서에서 글로벌화를 “중국이 국정에 부합하는 발전 도로를 걸어가는 것”, “중국의 발전은 세계의 기회”라고 구체적으로 해석해 합법성을 부여했다. 그 목적은 중국 공산당 모델을 세계에 퍼트리고 서방에 침투해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FP)가 지난 6월 5일에 발표한 평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화를 이용해 다음과 같은 5가지 방식으로 서방에 간여한다.
(1)경제를 무기 삼아 상대방이 고개 숙이게 만든다. (2)’중국이야기’를 말해서 중국 공산당이 발언권을 지배하고 중국 공산당과 의견이 다른 나라를 줄인다. (3)비공산당 엘리트를 끌어들여 전 세계로 발톱을 뻗는다. (4)해외 화교와 중국계를 이용한다. (5)권위주의 규범을 퍼트려 독재 정부를 지지한다.
◇서방의 금융계와 산업계를 회유해 금융 안전, 외자 안정, 대외무역 안정, 산업체인 공급 안정을 통해 탈동조화를 막는다.
이에 관한 4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례1)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으로 2018년 중국 공산당은 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했다.
(사례2) 오랜 준비를 거쳐 2018년부터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S&P 다우존스 등 글로벌 3대 글로벌 벤치마크 주가지수에 A주가 속속 편입됐고 비중도 점차 확대됐다. 지난 6월 22일 FTSE 러셀의 A주 비중은 17.5%에서 25%로 늘었고 총 1051개 종목이 포함됐다. 이는 FTSE 러셀의 제1단계 A주 편입이 3차에 걸쳐 완성됐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3대 국제지수의 제1단계 A주 편입이 끝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업계에 따르면 3대 국제지수를 합치면 A주에 1000억 달러(약 119조 원)가 넘는 외자가 유입됐다. 2018년부터 북상자금(홍콩 증권거래소를 통해 중국 본토 A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 자금)을 통한 외국인의 A주 투자가 확대돼 지금까지 유입된 외자 규모는 6000억 위안(약 103조4000억 원)을 넘어섰다.
(사례3) 지난 5월 1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내에 설립한 독자 회사인 피치보화(惠譽博華) 신용평가회사에 등록 자격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피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진출을 허가받은 외국계 신용평가사가 됐다.
현재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무디스만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는데 무디스 진출도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이상은 모두 금융 개방 사례에 해당한다. 산업계의 전형적인 사례는 테슬라를 들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테슬라는 50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해 상하이에 메가 팩토리를 착공했다. 중국은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첫 해외생산기지가 됐다.
◇중국 공산당은 더 많은 나라와 높은 수준의 FTA 및 지역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1일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는 중국 공산당을 겨냥한 ‘포이즌 필’ 조항이 들어 있다. 이 조항은 미국과 협정을 맺은 당사국인 캐나다나 멕시코가 ‘비시장 경제국가’와 FTA를 체결하면 미국과의 협정은 자동 무효화하고 6개월 후 퇴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 조항을 EU, 영국, 일본 등과의 무역협정에도 확대하려고 한다. 중국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시장경제 국가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효과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FT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싱가포르 등 25개 국가 및 지구와 18개의 FTA를 체결했고 현재 12건을 협상 중이다. 걸프협력회의(GCC)·노르웨이·스리랑카·이스라엘·몰도바·파나마·팔레스타인과의 양자간 협상 및 싱가포르·한국과의 2단계 협상, 한·중·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협상도 진행 중이다.
무역량을 보면 중국의 대외무역에서 FTA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이며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하더라도 25%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 주도로 RCEP 협정문이 타결됐다. 올해 중국의 외교는 연내에 RCEP를 최종 타결하고 8년 전 시작된 한중일 FTA 협상을 실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대일로,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 위안화 국제화 등을 추진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가장 자유롭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한 분야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0 인민폐 국제화보고서’에 따르면 인민폐는 주요 국제 지급 통화 중 5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인민폐의 국제적 사용추세가 급증했고 인민폐의 국경 통과 수불 금액 합계가 19조 6700억 위안(약 3366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1.76%에 불과해 달러의 끝자리 숫자에도 못 미쳤다.
결론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고 GDP가 10조 달러(약 1경2200조 원)가 넘는 국가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양국의 경제력, 통제력, 영향력은 천양지차다.
미국의 금지령에 중싱(ZTE)은 거액의 벌금을 내고 합의했고 화웨이는 목숨이 위태롭다. 미국이 금융제재라는 핵폭탄을 사용하면 중국이 겁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중국 공산당이 미중 간 실력 차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양개백년(두 개의 100년. 중국 공산당이 창당된 1921년부터 100년이 되는 2021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중국 통일을 이룩한 1949년부터 100년이 되는 2049년)’의 전략목표를 세우고 미중 결전을 2049년으로 미룬 것이다. 그전까지 중국 공산당은 온갖 방법을 써서 미국과 신냉전을 벌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것이 최근 중국 공산당이 정치국 회의에서 “여전히 전략기우기에 있다”고 말한 이유다.
중국 공산당은 필사적으로 국제순환을 지켜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싸우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협상해 목숨을 연장해야 한다. 미국 없이는 국제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 공산당도 알고 있다.
이미 신냉전을 시작한 미국이 중국에 기회를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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