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규제에 중국계 기술자들 中 반도체 기업 줄사퇴

한동훈
2022년 10월 20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2년 10월 20일 오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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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 제한한 가운데, ‘인재’ 제한 규정이 효력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발효된 새 조치에 따르면, 미국 국적이나 영주권자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이나 개발에 관여가 금지됐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수백 명의 중국계 미국인 기술자들이 ‘국적이냐 커리어냐’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 미국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이 규제로 미국 기업은 물론 외국 반도체 관련 기업도 미국의 기술을 이용했다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제한됐다.

이번 규제 중 “미국인이 허가 없이 중국에 위치한 특정 반도체 제조 시설에서 집적회로(IC) 개발·생산을 지원하는 능력을 제한한다”는 조항은 규제 발표 5일 만인 12일부터 발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무부 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규제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여권 소지자(시민권자)나 그린카드 소지자(영주권자)를 대상으로 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중 반도체 기술 수출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이 조치를 국적·영주권자까지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기업에 재직하는 중국계 미국인은 회사에 남으려면 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포기해야 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에는 수백 명의 중국계 미국인 기술자들이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여러 조치 가운데, 이번 인력 제한 조치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에 매우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RFA에 따르면 새 규제가 발효된 지난 12일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와 램 리서치는 중국 반도체 대기업 창장메모리(YMTC·長江存儲)에 파견했던 기술자와 직원을 철수시켰다.

또한 상하이IC연구센터, 창신메모리(CXMT·長鑫存儲), 항저우 지하이(积海)반도체유한회사에 근무하던 미국인 직원 대부분이 사직서를 냈다.

장쑤성의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고위 간부나 연구진은 거의 유학하고 귀국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미국에 귀화했거나 그린카드를 갖고 있다. 국적이냐 (중국에서의) 커리어냐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그들은 미국 국적을 택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설비 업체인 중미반도체(AMEC)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윈즈야오(尹志堯)는 “미국 국적을 보유한 간부들의 사직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존속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영어 이름 제럴드 윈인 윈즈야오는 실리콘밸리 재료 공학자 출신으로 미국 인텔 등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04년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중국에 돌아와 반도체 업체를 창업해 반도체 굴기의 핵심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은 12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중 규제에 따라 미국 내 직원들에게 “중국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은 미국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미국인, 영주권 보유자와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생산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생산하는 ASML의 기술지원과 장비를 손에 넣지 못하면 첨단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