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싱크탱크 “공자학원은 선전기관”…서울대서도 19일 기자회견

강우찬
2022년 10월 16일 오후 11:24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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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학원, 교육보다는 로비·협력에 주력
교육기관 아닌 다른 형태로도 대학 침투
한국서도 시민단체 목소리 “서울대 ‘시진핑 자료실’ 폐쇄해야”

영국 대학에 설치된 공자학원 대부분이 언어·문화 교육을 벗어나 정치적 로비나 기술제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서도 시민단체가 서울대 도서관에 설치된 ‘시진핑 자료실’이 선전기관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 시설의 퇴출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예고됐다.

영국 런던에 있는 외교·국가안보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자학원만큼 영국 사회에 깊숙이 녹아 있는 중국의 국가조직은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출자해 세계 16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총 500여 개소가 설치된 중국어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그 실체는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돕는 기관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몇몇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외에 정부나 학계에서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 있는 30개 공자학원 중 ‘중국 문화 교육’이라는 설립 취지에 주력하고 있는 있는 곳은 4곳에 그쳤다. 나머지 26곳은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 측 주장을 선전하거나, 중국에 관한 영국 내 연구와 여론 조성에 개입하고 있었다.

공자학원의 움직임은 수강생이나 외부에서는 알아채기 쉽지 않은 해당 국가의 정계, 학계를 대상으로 한 은밀한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 정부의 정책 수립에 영향을 주거나, 주요 정치인에 관한 정보를 중국에 제공하거나 영국-중국 간 과학기술 연구협력의 중개, 기업 컨설팅 서비스 등이었다.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협력하는 영국 내 조직(교민 단체 등)과의 연계 활동도 포함됐다.

특히 8곳은 통일전선공작부, 중앙선전부와 함께 움직이며 영국 내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거나 영국의 주요 연구기관이 중국 대학 등과 연구협력을 체결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확인됐다.

또한 공자학원이 주최하는 세미나나 행사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탄압 대상인 위구르인과 티베트인, 그 역사적 영토와 관련된 발언은 매우 제한적이다.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대만, 통제를 강화하는 홍콩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보고서는 “이처럼 특정한 정보를 제한하는 행태도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기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설치된 대학에서 중국어·중국문화 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중국 공산당과 외국 대학의 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당 대학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의사결정이나 전략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대학이 학문적 자유나 국익에 따라 중국과 관련된 연구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 검열하는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지난 6월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각국 대학 침투는 공자학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학자·교수들로 구성된 ‘전미학자협회’는 ‘공자학원 그 이후’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내 공자학원 118곳 중 104곳이 폐쇄됐거나 폐쇄 예정에 처했지만, 이 104곳 중 98곳이 해당 대학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유사 프로그램을 개설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자학원 설립에 관여한 중국 측 인사가 그대로 활동하고, 이 인사를 도와 해당 대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지 인사(교수, 교직원)가 계속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15년 서울대 도서관에 설립된 ‘시진핑 자료실’이 7년째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설은 2014년 시진핑이 서울대 강연 이후 1만52권의 중국 관련 도서와 영상자료를 기증하면서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인 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운데 유일하게 공자학원을 설치한 연세대는 중국의 유력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爾) 학회와 함께 설립한 ‘연세-차하얼연구소’가 운영 중이다.

연세대 공자학원 측은 이 연구소에 대해 한·중 양국 간 공공 외교 분야 협력과 문화 교류 창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일전선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전선은 적 내부에 내통 세력을 심는 스파이 전술이다.

공자학원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한국 시민단체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공실본, 대표 한민호)는 최근 서울대와 연세대의 시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된 것과 관련 “(국내) 22개 대학에 침투한 공자학원은 물론, 각종 중국 연구소들이 통일전선 공작의 거점”이라고 밝혔다.

공실본은 서울대 도서관에 설치된 ‘시진핑 자료실’도 비슷한 성격의 시설로 판단, 오는 19일 오후 2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설의 폐쇄를 촉구할 예정이다.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에게도 이 시설의 존재와 그 심각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기자회견에는 서울대에서 시작된 기독교 보수주의 연구·활동 단체 ‘트루스포럼’이 함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