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윈 공연을 본 사람들은 잊지 못할 우아한 춤과 음악, 더불어 화려한 의상과 소품, 사실적인 천상 배경, 삶의 모습들을 재현하는 경쾌하면서 절묘한 무용극에도 놀란다.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이라는 슬로건답게, 고대 중국 생활의 한 장면을 담은 작품은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선과 악, 충성과 배신, 인·의·예·지(仁義礼智)를 충실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션윈에 담긴 전통적 가치관에는 ‘참을 인(忍)’도 포함된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한자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인’의 뜻을 참음으로 풀이한다.
고대인들은 ‘(참음을) 해내는 것(能也)’이라고 간단하게 풀이했지만, 글자의 모양을 살펴보면 ‘인(忍)’은 스스로 의미를 잘 보여준다. 마음 또는 심장을 뜻하는 ‘心(마음 심)’ 위에 ‘刀(칼 도)’이 놓여 있다. 칼에는 획이 그어져 예리함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인은 날카로운 칼로 심장을 혹은 마음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능히 참아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한자 사전인 <광아(廣雅)>에는 ‘견디는 것(耐也)’이라고 나와 있다. 산을 오를 때는 경사가 험한 길을 견뎌야 한다. 눈길이나 좁은 다리에서도 미끄러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견뎌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내는 능력에 속한다. 사람의 내적인 자질과 신체의 능력을 발휘해 구현해낼 수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미덕 중 하나이며 유교, 불교, 도교에서 모두 중시하는 덕목이다.
션윈은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20여 편에 가까운 작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어떤 시즌에는 짧은 무용극이 있었다.
노스님이 버려진 고아를 거뒀는데, 숨겨둔 아이로 오해를 받아 온갖 모욕을 받아야 했다. 노스님은 변명 한마디 없이 치욕을 참고 아이를 돌봤다. 세월이 흘러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과거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출세해 고양에 돌아오고 나서야 스님의 결백이 증명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세상사를 선한 마음으로 마주해야 함을 깨닫게 됐고, 노스님은 열반에 들면서 작품은 끝난다.
불교에서는 가사(袈裟)를 ‘인내의 옷, 굴욕의 갑옷’이라고 한다. 스님이 가사를 걸침은 세상의 수치와 모욕을 견디고 온갖 환경에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승화시켜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배려를 넓히며 수양을 쌓아 세상을 제도하는 길에 올랐음을 상징한다.
노스님은 인내력을 통해 업(業·카르마)을 제거하고 세속에서 뛰쳐나올 수 있었다.
인내, 얻을 수 없는 것을 얻는 방법
‘칼은 연마를 견뎌야 날카로워지고,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견딘 후에 맑은 향기를 퍼뜨린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환경이나 가혹한 사건들이 때로는 사람의 의지를 단련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것은 드물지 않다.
사마천이 편찬한 <사기>의 마지막 편인 <태사공자서>에 따르면, 서백(주 문왕)은 폭군 주왕에 의해 7년간 유배를 당하는 사이 <주역>을 지었고,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떠돌면서 거작 <춘추>를 썼다.
굴원도 올바른 조언을 했다가 추방된 후 <이소>를 완성했고, 좌구명은 두 눈을 실명하고 나서 <국어>를 썼다. 손빈은 모함을 당해 두 다리가 잘린 뒤에 <손빈병법>을 저술했다.
이처럼 고대의 현자들은 모두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내력과 의지의 힘으로 노력해 마침내 후세에 남을 만한 명작을 써냈다.
“하늘은 어떤 이에게 큰 사명을 맡길 때, 먼저 그 사람의 의지를 시험하고 육체를 고통스럽게 하며 궁핍과 곤경으로 몰아넣어 아무 일도 뜻대로 되지 않게 시련을 준다. 이로써 그의 마음의 용량을 키우고 성품을 강인하게 하며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맹자의 명언이다.
사욕을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다
인내는 때로는 무자비함과 냉정함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물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하나가 긍정적이라면 다른 하나는 부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내에는 동시에 자비가 요구된다. 자비는 늘 온화한 마음을 품는 것으로 체현된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안회는 매우 가난했지만 배움을 좋아했다. 보통 사람들은 빈곤을 견디지 못하지만 안회는 안빈낙도를 즐겼다. 그는 궁핍한 가운데에서도 단정하고 온화했다.
유교에서는 자비라는 개념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마음이 넓고 타인을 헤아리는 아량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바로 ‘어질 인(仁)’에 담긴 덕목이다.
공자는 안회에 대해 “그 마음이 석 달이 넘도록 인을 어기지 않는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하루나 한 달 정도에 그친다”고 평했다. 하루에도 수시로 들끓는 게 사람 마음이다. 평온한 마음을 석 달 넘도록 유지할 수 있음은 그의 인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유교는 예(禮)를 따르는 수양을 통해 인내력을 길렀다. 동시에 예를 통해 어진 성품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의 내적인 평온함을 유지하고 뜻을 관철하면서 부지런히 유혹을 뿌리치며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거슬러 올라감이 인(忍)이요 인내다.
참음은 버리는 것을 포함한다. 모든 종류의 나쁜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다. 유교는 자제하고 스스로를 단속해 예를 지키는 것을 가르치고 중시한다. 도교는 참된 것(眞)을 말하고 실천하여 진인이 되고 반본귀진하는 것을 가르친다. 불교는 집착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모두 인에 담긴 것들이다.
몸과 마음을 닦는 일은 인내가 필요하다. 이는 무대에 오르는 예술가의 삶과 닮아 있다. 무대 위의 1분은 무대 밖 10년에 걸친 공(功)의 결과다. 션윈의 무대가 빛날 수 있음은 무대 밖에서 고생을 참고 인내하는 삶이 있기에 가능하다.
5천 년 전통문화의 부흥은 무용과 음악, 복식 등 형태적인 것들에 앞서 본질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션윈의 예술가들이 구도자 같은 삶을 사는 이유다.
* <하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