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윈 예술감독 D.F. 작곡…션윈 작곡가 각색
동서양의 음악적 전통 아우르는 장엄한 대작
콩쿠르 심사에서 높은 비중…곡 해석이 관건
작곡가 조언 “션윈 음악 많이 듣고 내면 성찰도”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 등으로 중단됐던 제6회 NTD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다시 음악가와 관객들을 찾는다.
콩쿠르 참가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대회 규정에 따라, 지난달 중순 세미 파이널 지정곡인 ‘신성한 여정(The Sacred Journey)’ 악보가 처음으로 제공됐다. 세미 파이널이 예정된 10월 말까지 약 한 달 반의 준비기간이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셈이다.
이 곡은 이번 콩쿠르를 위해 특별히 새로 만들어진 위촉곡이다. 세계적인 음악·무용단인 션윈퍼포밍아츠(션윈예술단)의 예술감독 예술감독 D.F.가 작곡했으며, 션윈 작곡가 친위안(琴媛)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완성됐다.
이번 콩쿠르는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이달 29~30일 쿼터 파이널, 31일 세미 파이널, 11월 1일 파이널, 2일 콘서트의 일정으로 치러진다. 대회 주최 측은 이번 콩쿠르의 성격을 핵심적으로 드러내 줄 위촉곡에 각별한 기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촉곡 작곡가인 친위안은 서양에서 확립된 고전음악의 언어를 통해 고대 중국 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전달하는 데 탁월한 전문성과 경력을 쌓아왔다.
전 세계의 많은 음악가들이 동양과 서양의 음악적 전통을 결합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독특한 작곡과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수백만 명의 세계인을 열광시킨 션윈만큼 성공적인 사례는 없었다.
NTD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들은 앞선 여러 차례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위촉곡을 잘 준비하기 위해 션윈의 음악을 많이 듣고 연구할 것을 조언해왔다. 곡의 특성을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존 클래식 음악은 레퍼토리가 확립돼 있다. 경험 많은 청중은 몇 소절만 듣고도 연주자의 음악적 해석이 어디에 기원을 뒀는지, 왜 그렇게 쳤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션윈의 음악은 오리지널 곡인 데다 중국풍 클래식이므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친위안은 중국의 전통회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림과 시, 운율이 통합돼 있었다면서 정신적인 영역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고대 중국문화에서 매화를 그릴 때는 꽃만을 그려내지 않았다. 그것은 표면일 뿐이다. 매화는 절개와 지조 같은 인간의 강인한 정신을 상징한다. 화가는 보는 이들이 그와 같은 영감을 얻기를 바라며 매화를 그렸다.”
“옛 중국 화가들은 풍경화를 많이 그렸는데, 보이는 풍경만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그들은 예술가의 작품에는 예술가의 생각과 마음이 드러난다고 여겼기에 자기수양을 중요시했다. 이런 작품을 보게 되면 작가의 내적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위촉곡 이해, 션윈 음악 많이 들어야
이번 위촉곡은 션윈의 예술감독과 작곡가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양의 고전예술과 서양의 고전예술을 통합하며 영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 요구된다. 그녀는 “션윈의 음악을 많이 들어보라”고 재차 조언했다.
베토벤은 1819년 무렵 피아노 소나타 29번, 일명 ‘하머클라비어’ 작곡을 완성한 후 “이 작품이 제대로 연주되려면 5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향후 50년은 피아니스트들이 도전할 작품이라는 의미였다.
이후 수많은 음악가와 위대한 작곡가들이 등장했지만, 클래식 피아노의 레퍼토리에 ‘고전’으로 남은 작품은 소수에 그쳤다.
NTD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그러한 음악사에 도전한다. 후세를 위한 새로운 고전을 작곡하고 남기려 하며, 이번 대회 위촉곡 ‘신성한 여정’이 그 하나다. 이 곡은 거대하고 장엄하면서 피아노라는 악기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
대회 주최 측 관계자는 “노력을 들이고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며 “그동안 NTD가 의뢰한 다른 작품들처럼 전통예술의 순수한 진정성, 순수한 선함, 순수한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위대한 작품들로 빛났던 황금기를 재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곡가 친위안은 콩쿠르 참가자들에게 “지정곡(위촉곡) 연주가 콩쿠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이 작품은 매우 세심하게 작곡됐다.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하고 꼼꼼하게 공부해야 하지만, 과감할 때는 또 매우 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자는 음표를 볼 때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건반 터치를 할 때 느리게 혹은 폭발적으로 할 수 있고 음색과 음량을 제어하는 방식도 다양하다”며 작곡가의 의도를 연주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주자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5음 음계 아냐…중국 음악의 특색
친위안은 위촉곡과 관련해 중국 악기의 음색, 중국 음악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피아노로 나타낼 것인지 작곡가, 편곡가, 연주자 모두에게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편곡할 때 내가 생각한 것을 최대한 곡으로 나타내려고 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듣는 사람들이 마치 얼후나 비파 같은 중국 악기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파는 중국의 대표적인 현악기이며, 얼후는 2현 악기로 중국의 바이올린에 비유된다. 친위안은 작곡가로서 두 악기의 특색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비파의 음색을 옥쟁반에 구르는 큰 구슬과 작은 구슬에 비유했다. 느리게 튕기거나(큰 구슬) 뜯을 때(작은 구슬)는 구슬 알갱이처럼 또렷하고 트레몰로 주법을 사용할 때는 선율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얼후는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다. 현이 2개밖에 없지만, 적은 수의 현과 음역대를 사용하면서도 풍부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묘하다.”
친위안은 곡 작업을 할 때 중국 전통 음악·악기의 매력이라는 기초 위에 전통적인 화성과 관현악의 개념, 서양 고전음악의 다양한 대위법을 결합한다며 “오랫동안 피아노를 연주한 사람들이라면 친숙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혹은 동양 전통음악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5음음계를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친위안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중국 음악에는 청악(淸樂), 아악(雅樂), 연악(燕樂) 등의 종류가 있는데, 이런 음악들은 모두 7음음계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음계가 같다고 음악적 특성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이 음악들은 서양 클래식 음악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음표를 사용했다. 차이점은 음표(note)를 사용하고 배열하는 방식이었다. 음악적 규칙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음악가로서의 마음가짐, 작곡
피아니스트들은 바흐를 연주하기 위해 그가 남긴 악보뿐만 아니라 그의 삶을 연구한다. 독실한 신앙이 그의 음악에 끼친 영향을 오롯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는 모두 신앙인이었고, 신앙은 그들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다.
같은 이치로 친위안은 콩쿠르 참가자들이 위촉곡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배경이 되는 중국문화에 대해서도 이해를 넓히기를 희망했다. 그녀 자신 역시 ‘서유기’를 소재로 한 작품에 사용될 곡을 쓰기 위해 작가 오승은의 삶을 연구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훌륭한 연주자들은 곡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가 곡을 쓸 당시 읽었던 소설이나 시를 찾아 읽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위안은 위촉곡을 연습하고 있을 콩쿠르 참가자들을 위해 곡의 모티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녀가 편곡을 시작할 때 가장 마음에 두었던 것은 이 곡이 전 세계인들에게 들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또한 콩쿠르 참가자들을 비롯해 많은 연주자, 예술가들이 이 곡에 대해 사색하게 될 것이었다. 그녀는 곡이 깊이 사색하고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되길 원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시작한 그녀의 탐색은 자신에 대한 내적 성찰로 이어졌다. 그녀는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잡념을 하나둘 비워나갔다. 가장 순수한 의도만 남은 그녀의 머릿속에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 세 가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삶의 목적은 무엇이며, 죽음 후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였다.
친위안은 “영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수십 년을 살다가 떠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것을 깊이 생각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녀가 소속된 공연단인 션윈은 5천 년 중국문명의 부흥을 표방하며, 이 문명은 신이 전해주었고 신의 영감이 불어넣어진 것이라는 고대의 믿음을 계승하고 있다.
신에 대한 믿음은 서양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과 신앙을 조화시킨 그의 대작 ‘신학대전’에서 믿음, 희망, 사랑(자비)의 덕을 내세우면서 먼저 믿음이 있을 때 희망이 덕스러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예술가의 내면이 그가 행하는 예술의 고상함으로 표현된다는 전통적 가치관과 다시 이어진다. 천위안은 “사람의 도덕성이 예술적 성취의 수준을 일정한 정도로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위촉곡 해석와 연주 연습에 한창일 콩쿠르 참가자들을 위한 작은 힌트도 남겼다.
“연주 과정에서 이 선율은 무엇을 표현하며, 이 선율이 왜 다음 부분에서 그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지 생각하면서, 내가 작곡할 때 그렇게 했던 것처럼 참가자들도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음악을 해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악보에서) 매우 명확한 방향을 남기려 노력했다.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가운데서 여전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캐서린 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