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가치 올해 들어 8.7% 하락…17년 만에 연간 최대 하락 폭

정향매
2022년 09월 13일 오후 11:34 업데이트: 2022년 09월 14일 오후 4:51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올해 들어 8.7%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2005년 이후 연간 최대 하락 폭이다.  

관리변동환율제는 환율 결정을 외환시장의 수급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 7월 21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人民)은행은 위안화 환율 제도를 미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변경했다. 한마디로 위안화는 인민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환율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FT는 상하이 봉쇄가 위안화 매도세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중국 당국은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라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를 봉쇄했다. 그리고 최근의 강달러 현상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中,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환율과 외화 지급준비율 조정 

FT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위안화 약세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 5일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6.89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26일 이후 최저치다. 

같은 날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외화 지급준비율을 8%에서 6%로 낮춘다고 밝혔다. 

외화 지급준비율은 은행 등 금융사가 고객 외화예금 중 인출에 대비해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예금 비율이다. 

중국의 이번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인민은행은 지난 5월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기존 9%에서 8%로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외화 지급준비율을 2004년 3%로 결정한 뒤 2006년 4%, 2007년 5%로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 7%, 9%로 두 차례 끌어올렸다. 

中 인민은행 “위안화 환율 상승에 베팅하지 말라”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안정을 강조하고 나섰다. 

FT에 따르면 류궈챵(劉國強)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5일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위안화 환율이 당분간 오를 것이라며 베팅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한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움직이길 바라며 우리는 환율을 지탱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FT는 “과거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중국 당국은 간접 조치를 통해 위안화 절하를 방어했다”며 “그래서 사람들은 위안화 환율 하락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 “위안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 

FT는 경제학자들이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지만 인민은행은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느슨한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는 미·중 양국의 화폐 정책 격차를 이번 위안화 가치 절하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이유로 위안화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반면 달러로 거래하는 증권의 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 中 당국의 위안화 방어 추가 조치 여부에 대해 의견 분분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발표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견해가 달랐다. 

싱가포르은행의 만수르 무히우딘(Mansoor Mohi-uddi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의 하한선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리서치그룹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 중국 경제학자 허웨이(Wei He)는 “위안화 가치가 조금 하락하면 시장은 달러 강세를 조금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위안화가 일정 범위 내에서 떨어지는 것을 허락한다”면서도 “중국 당국은 현재 자본이 해외로 대량 유출하는 곤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심각하게 하락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위안화 가치 급락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일어났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경제학자 팅루(Ting Lu)는 앞서 “중국 당국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경제적·정치적 힘을 반영한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10년 만에 중국공산당 지도층을 개편하는 20차 당대회를 앞둔 지금, 그리고 미·중 관계가 점점 악화하는 지금 중국공산당 지도층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