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싱크탱크, 제로 코로나에 이례적 공개 이의제기

강우찬
2022년 09월 6일 오전 6:11 업데이트: 2022년 09월 6일 오전 6:11

웨이보·위챗에 ‘경제 우려’ 보고서…하루 만에 삭제돼

중국의 한 싱크탱크가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컨설팅회사 ‘안방쯔쉰(安邦資訊)’은 최근 소셜미디어 위챗, 웨이보의 공식계정에 ‘‘지금은 감염병 예방 정책의 정도를 조정할 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안방쯔쉰은 이 보고서에서 “경제 침체의 위험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보고서는 또한 “전염병 예방을 위한 통제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정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민간 컨설팅회사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 소셜미디어에 게시물까지 올려가면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임기 연장을 추진하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그의 대표적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대해서는 가벼운 문제 제기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 발표는 더욱 모험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 보고서는 온라인 게재 하루 만에 삭제되면서 당국의 살벌한 검열을 재확인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가 “활력이 사라진 중국 경제에 대해 경제계가 품고 있는 깊은 우려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안방쯔쉰은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과 중국 경제와의 관련성을 분석한 2쪽 분량의 경제 요약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서 안방쯔쉰의 컨설턴트 허쥔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통제, 경제 안정, 경제 발전 보장 등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의 상황을 ‘고요함(stilness)’이라며 중국 일부 도시에 내려진 봉쇄 조치를 그 예로 들었다. “수백만, 수천만이 거주하며 분주했던 도시가 갑자기 또는 하룻밤 사이에 고요해지고 거의 텅 비워진다”고 묘사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적인 관리를 위해 경제활동에 가해지는 지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사실상 전쟁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의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에 그쳤다. 올해 중국 당국이 목표로 한 성장률 5.5% 달성은 어렵다는 게 세계 경제계의 시각이다.

이 보고서는 “상반기의 실수가 하반기에도 반복된다면 중국 경제는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방역 조치와 경제 회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순히 ‘정적 관리’와 ‘일률적 봉쇄’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은 좋은 정책적 관행이 아닐 것”이라고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일침을 날렸다.

안방쯔쉰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흘 뒤인 8월 17일, 전날 리커창 총리의 광둥성 선전 방문에 관한 요약 보고서를 내고 중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리커창 총리는 선전 방문 당시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광둥, 장쑤, 저장, 허난, 쓰촨, 산둥성 등 6개 성 성장들과 회의를 열고 이들에게 “더 큰 책임을 맡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6개 성은 중국 경제를 이끄는 경제 대성(大省)으로 불리며, 중국 전체 생산량과 고용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리커창 총리는 6개 성 중 남동부 연안에 위치한 광둥, 장쑤, 저장, 산둥성을 지목해 “순매출액의 60%를 중앙정부에 기여한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재정지출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안방쯔쉰은 이러한 발언에 대해 “재정 압박이 중앙정부 차원으로 상향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6개 경제 대성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또한 리커창 총리가 이들 동부 연안 4개 성을 지목해 중앙정부 재정지출을 뒷받침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동부지역에 제로 코로나 타격이 집중됐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중국 중앙정부는 경제 발전 목표 달성에 있어 지방정부 의존도가 높으며, 가장 잘나가는 지역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 발전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안방쯔쉰은 이러한 상황의 타개책으로 중앙 재정을 동북부 지방에 투입해 회복을 앞당기고, 이 지역의 회복을 통해 전국적인 재정 압박을 개선해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동북 지역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 회복이 더디고 성장 기반이 약해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지가 다소 제한적”이라며 “경제와 재정자원 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이러한 두 차례의 경제 요약 보고서를 통한 완곡한 경고에도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안방쯔쉰은 위챗과 웨이보를 통해 더 분명하게 더 많은 사람에게 들리도록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이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당국의 검열 속에서 사라졌다.

지난 1993년 설립된 안방쯔쉰은 1998년부터 중국 공산당의 경제정책 최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위원회에 연구와 정책 자문을 제공해온 컨설팅 회사다.

안방쯔쉰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안방쯔쉰은 중국 내에서 7곳의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 이 기사는 AP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