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대표 선거 결과 5일 발표
영국의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당인 보수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 결과가 5일 발표된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게 된다.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기업인 유고브에 따르면 대러·대중 강경파 리즈 트러스(47) 영국 외무부 장관이 경쟁자인 리시 수낙(42) 전 재무부 장관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러스 장관이 당선되면 고 마가릿 대처 총리, 테레사 메이 전 총리에 이어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약 18만 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2일(현지시각) 시작된 투표는 한 달간 온라인·우편 투표를 거쳐 이달 2일 마감된다.
지난달 12~17일 보수당 당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트러스 장관의 지지율이 66%로 스낵 전 장관(34%)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앞선 7월 29일~8월 2일 조사 때 트러스 장관이 지지율이 69%, 수낙 전 장관 지지율이 31%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약간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트러스가 크게 앞선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당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 등이 트러스 장관을, 보수당 중진인 마이클 고브 전 지역사회 및 주택부 장관이 수낙을 각각 지지하고 있다.
트러스 장관은 감세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수낙 전 장관이 재무부 장관 임기 중 인상하거나 인상을 추진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공공지출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낙 전 장관은 감세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법인세를 현행 19%에서 25%로 인상하고 소득세 성격의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을 1.25%포인트 인상하며, 친환경 에너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총리 선거인 이번 보수당 대표 선거에서는 외교나 안보 분야도 쟁점이 되고 있다. 트러스와 스낵 두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강경한 태도로 지지를 호소해왔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트러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영국 침투 공작을 언급하며 “영국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장관은 또한 “권위주의 정권에 우리 기술을 수출하는 일을 제한해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영국 기업 침투, 기술 절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용자 데이터 유출 우려를 언급하며 소셜미디어 거대 기업인 ‘틱톡’ 등 중국계 IT 기업을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러스 장관은 경쟁자인 수낙 전 장관에 대해 지난 7월 재무장관직을 사임할 때까지 중국과의 긴밀한 무역관계를 추구해 왔다고 지적하고 “중국에 온건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이번 영국 보수당 대표 선거를 보도하면서 수낙 전 장관이 “중-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명확하고 현실적인 견해를 가진 유일한 총리 후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수낙 전 장관은 같은 토론에서 중국을 “영국, 세계경제와 국가안보에 대한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이라고 표현하고 중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로 취해 영국에 관한 영향력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소프트파워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 내 30곳이 운영 중인 중국어 교육기관 공자학원을 모두 폐쇄하고, 고등교육기관이 5만 파운드(약 7800만원) 이상의 외국 자금을 받았을 경우 관련 정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수낙 전 장관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대책으로 영국 국내정보국(MI5)을 통해 기업과 대학을 지원하고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업 인수를 막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유거브가 지난달 16~17일 영국 유권자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28%, 노동당이 43%로 나타나 노동당이 2013년 2월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이 같은 지지율 추세가 이어지면서 보수당은 오는 2024년 열리는 총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