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사드 기지 정상화 첫발…“긍정적 진전”
사드, 韓 방어 목적…중국 안보 위협 안 해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협의회 구성을 마치고 사드기지 정상화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비판에 대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북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며 “중국 공산당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에 대해 불평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8월 29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의 사드 기지 정상화에 반발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중국 공산당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에 대해 불평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사드는 한국민과 기반 시설, 한국군과 미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충분히 입증된 방어 체계”라며 “사드는 방어적이며, 잠재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 경로를 향하기 때문에 중화인민공화국(PRC)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배치는 북한의 증가하는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정이었다”며 중국을 향해 “북한이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외교와 협상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가 자국의 전략 안보를 해친다며 ‘3불(不)’에 더해 ‘1한(限)’까지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사드 3불’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자 문재인 정부 시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했던 발언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 측은 이미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한다는 ‘1한’을 한국이 약속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중국의 사드 3불 요구와 관련해 “사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들과 주한미군, 한국군을 방어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중국은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해리스 전 대사는 VOA에 “사드 3불은 법률이나 조약으로 성문화되지 않은 이전 정부의 정책”이라며 “중국이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주권 국가의 고유한 자위권을 비판하기보다 군사 동맹인 북한에 비핵화하고 이웃 국가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클링너 선임연구원 역시 “중국 측은 사드 레이더가 유사시 미국을 겨냥한 자신들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탐지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ICBM은 한반도가 아닌 북극 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로는 요격과 탐지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드 3불 주장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북한의 증가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과 한국군의 대응 역량을 제한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주권 국가인 한국의 방어에 대해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다른 나라에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사드 3불과 관련해 중국에 맞선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도 사드의 방어적 목적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베던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협의회 구성에 따른 중국의 반발 우려에 “사드는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신중하고 제한적인 자기 방위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사드 포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2017년 4월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공식 배치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일반환경영향평가 등 국내 법률적 절차가 진척되지 않아 5년 넘게 ‘임시’ 작전 배치 상태다. 환경영향평가가 미뤄지면서 건물을 짓지 못해 400여 명의 한미 장병들은 텐트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식 배치가 아니어서 미군이 요구하는 사드 성능 개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사드 기지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가 이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9일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협의회 구성을 마치고 자료와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향후 평가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성주 사드 기지 조기 정상화 추진을 목표로 상시 지상 접근권 보장, 잔여 부지 공여를 거쳐 환경영향평가를 내년 3월까지 조기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사드 배치의 근본 이유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고, 그게 없어지면 굳이 사드가 여기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는 7차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며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