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 후보가 ‘중국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외교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8월 29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꼽히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자신이 총리가 되면 외교정책을 개편할 것라면서 향후 10년간 영국의 외교와 국방 우선순위를 명시했다. 트러스가 제시한 정책 개편안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급격한 위협’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유사한 ‘위협’ 국가로 분류했다.
현직 영국 외교 수장이기도 한 리즈 트러스의 외교정책은 경쟁 상대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현 보리스 존슨 총리보다 중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보수당 정부의 대중국 강경책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발간한 ‘안보·국방·개발 및 외교 정책에 대한 통합 검토’ 보고서에서는 중국을 ‘체계적인 경쟁국’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영국의 번영과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관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더타임스는 리즈 트러스 장관의 대중국 전략이 종전보다 강경해진 이유로 “중국과 경제적 유대 강화를 시도하는 재무부의 노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더타임스가 입수하여 보도한 47쪽 분량의 문서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올해 중국과 무역 관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경제 협정 서명을 추진하고 있었다. 런던 증권 거래소에 중국 기업을 자유롭게 상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기업이 영국에서 위안(元)화 부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런던이 중국의 ‘선도적인 역외 허브’ 역할을 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협정 체결은 영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종 무산됐다.
리즈 트러스 장관이 이를 문제 삼은 다른 이유는 협정 체결을 추진할 당시 재무부 장관이 총리 경선 라이벌인 리시 수낵이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이 총리 경선 과정에서 중국을 ‘영국의 가장 크고 장기적 위협이다.”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와 그가 이끌던 재무부는 중국과 유대를 강화하는 무역협정 서명 직전 단계까지 와 있었다.”며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리즈 트러스 경선 캠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트러스는 수낵과 달리 외무장관으로서 중국에 대한 강경론을 줄곧 견지해 왔고 총리가 된 뒤에도 매파적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캠프 관계자는 “트러스가 총리가 되면 중국과 더 이상 경제적 파트너십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유지되어 온 양국 관계에 대한 극적인 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석했다.
리즈 트러스는 1975년생으로 40대 젊은 각료이다.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철학을 전공한 후 유수의 대기업에서 일했다.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 공천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정계 입문한 4선 의원이다. 2014년 데이비드 캐머런 내각 환경부 장관, 2016년 테리사 메이 내각 법무부 장관을 거쳐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거쳐 현재 외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로이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유력한 차기 총리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트러스는 수낵 전 재무부 장관보다 3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리즈 트러스 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를 경우 마거릿 대처(1979~1990), 테리사 메이(2016~2019)에 이어 역대 3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입헌군주제하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집권당 당수(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이 관행이다. 보리스 존슨 현 당수가 사임 의사를 밝힌 후 보수당 당수 선거는 당원 16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일부터 우편으로 진행 중이다. 투표는 9월 2일 마감되며 차기 당수(총리)는 9월 5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