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집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오히려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여성들의 출산 욕구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는 인구학자들의 주장을 전했다.
통신은 “인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팬데믹과 경제의 불확실성은 출생률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제로 코로나 시련 겪은 中 젊은층 “가족계획 바꿨다”
중국 인구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온 이푸셴 박사는 통신에 “중국은 확실히 큰 정부 아래 작은 가족이 됐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제로 경제’, ‘제로 결혼’, ‘제로 출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통신은 관련 사례도 소개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클레이어 장(30)은 “올봄 코로나19 봉쇄를 겪으면서 중국에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상하이 봉쇄 당시 격리시설에 가지 않겠다는 한 젊은이를 향해 방역 요원이 “이송을 거부하면 처벌을 받게 되고, 그러면 앞으로 3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영상을 봤다. 장 씨는 그 젊은이가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답한 데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같은 날 독일 도이체벨레(DW)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DW는 “상하이에 사는 30대 왕 씨 부부는 1~2년 안에 아이를 낳을 계획이었으나 다시 고민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고집한다면 도시가 언제든지 예고 없이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왕 씨는 “한 아빠가 열이 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자 방역을 책임진 주민 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가로막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그들은 방역 당국의 지시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봉쇄된 환경에서 임신할 경우 겪게 될 일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임신 기간에 도시가 봉쇄되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고 돌발 상황에서 병원 방문도 어려울 것이다. 만약 출산 후에도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지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스틴 콜슨 유엔인구기금 중국 대표는 로이터에 “내년에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고 있던 커플들은 확실히 (임신·출산) 계획을 미뤘고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는 커플은 출산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인구학자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제로 출산’으로 이어졌다”
통신은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는 봉쇄 기간에 직업을 잃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당국이 강제로 집에 들어와 격리센터로 데려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구학자들은 그런 사건은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통신은 또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여성들은 재정적 불안정과 코로나19 백신이 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근거 없는’ 걱정, 엄격한 통제 아래서 유아를 돌보는 등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이런 요인들이 첫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中 출산 포기 추세에 출생률 감소, 고령화 가속
이 같은 출산 포기 추세는 중국의 출생률을 최악의 상황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인구 통계학자들은 올해 중국 신생아 수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0년보다 11.5% 낮은 수치다.
최근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우려스러운 통계가 발표됐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허난성의 상반기 출생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했다. 다른 지역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됐으며, 인구 100만 명인 산둥성의 자오저우는 상반기 출생률이 26%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유엔이 지난달에 발표한 보고서는 14억에 이르는 중국 인구는 이르면 내년부터 감소할 것이며 인도 인구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10년 전에 비해 94% 감소했다. 10년 전만 해도 매년 800만 명 증가했으나 작년에는 48만 명 느는 데 그쳤다.
중국의 15~64세 인구에 대한 예측도 바뀌었다. 보고서는 “중국의 15~64세 인구는 2100년이면 3억 7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 전망했던 중국의 2100년 15~64세 인구는 5억 7900만 명이었다.
이에 영국의 시사 주간지 스펙테이터는 지난 6일 “현재 중국에는 근로자 100명이 퇴직자 20명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2100년이 되면 근로자 100명이 퇴직자 120명을 부양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매체는 “이 같은 전망은 중국의 노동 인구가 2030년까지 2300만 명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이는 G20 국가 가운데 생산가능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
중국은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한 이후 출산휴가 연장과 의료보험, 세 번째 자녀 지원금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재미 경제학자 데이비 준 황은 지난달 26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구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로 갑작스러운 인구정책 변화, 비싼 자녀 양육비, 높은 청년 실업률, 외동자식의 윗세대 부양 부담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