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 中 공산당 겨냥 ‘외국인 토지 구매 금지 법안’ 발의

정향매
2022년 08월 06일 오전 8:47 업데이트: 2022년 08월 06일 오전 10:24
TextSize
Print

미국 상원의원들이 중국 국적자의 미국 내 토지 구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계 기업과 개인을 이용한 중국 당국의 미국 내 침투를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과 토미 투버빌 상원의원은 2일(현지시간) ‘외국 간섭으로부터 미국 국토를 지키는 법(Securing America’s Land from Foreign Interference Act)’을 발의했다(법안).

법안 자체만 보면 외국인(개인·법인)의 미국 부동산 구매를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 제정 목적을 보면 중국 공산당원이나 공산당의 대리인이 미국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것이다.

미 의원들, “중국 기업들의 미국 땅 투자가 국가 안보 위협”

코튼 의원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계 기업들이 미국 농지를 사들이는 것은 미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중국 당국이 미군기지와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스파이 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서 토지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튼 의원은 “중국은 미국과 달리 공산주의 국가”라고 지적한 뒤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중국계 자본을 통제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인은 캐나다 농장이나 멕시코에 있는 회원제 리조트를 구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중국을 벗어나거나 자기 돈을 외국으로 가져 나가려면 중국 공산당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요청과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투버빌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중국 공산당)가 계속해서 미국 토지를 구매해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도록 틈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동료 의원들에게도 이번 법안은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공산당이 미국 농업에 개입(involvement)하는 것을 금지하는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법안 제의의 발단은 ‘중국 기업의 미군 공군기지 인근 땅 구매’ 사건

앞서 지난달 3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중국 식품업체 푸펑 그룹이 옥수수 제분공장 설립을 위해 노스다코타주 그랜드 포크스시 인근 농지를 매입하자 미국 의회가 안보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매체에 따르면 이곳의 토지를 소유한 3명의 노스다코타 주민들은 올해 초 수백만 달러에 이 부지를 푸펑에 팔았다. 문제는 푸펑이 매입한 부지가 그랜드 포크스 공군 기지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그랜드 포크스 공군기지는 미 공군의 드론 허브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군 통신의 중추를 담당하는 곳이다.

푸펑은 공장 건설이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보기관이 이 공장에 접근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의 옥수수 제분 공장 건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사건이 ‘외국의 간섭으로부터 미국의 토지를 지키는 법’을 발의한 계기로 작용했다.

中 기업 美 토지 구매, 10년간 26배 급증…美 정치권, 中 견제 수위 높여

두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미국 농무부(USDA)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계 투자자들의 미국 농지 보유량이 지난 2010년 1만3720에이커(약 56km²)에서 2020년 35만 2140에이커(약 1425km²)로 26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현재 미국 14개 주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 일정 정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외국인이 미국 토지를 소유하는 데 대한 제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의회는 중국 국영기업의 미국 내 농지 구매를 전면 금지하는 데 초당적 합의를 하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민간 자본을 포함한 중국계 자본이 미국 토지를 구매하는 것에 제동을 걸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인 부동산 투자 급증하는데…한국은 아직 대책 없어

미국 등에서는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의 국내 토지 보유 건수는 지난 2011년 3515건에서 2020년 5만7292건으로 16배 이상 뛰었다.

국내에서 토지를 구매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 국적자 비중도 2011년 4.91%에서 2020년 36.37%로 급증했다. 면적으로 보면 2011년 1.93%에서 2020년 7.89%로 증가했고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2011년 3.06%에서 2020년 8.97%로 늘어났다.

이처럼 해외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는 상황임에도 우리 정부는 아직 외국인의 국내 토지 매입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