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으로 유명세 얻은 랑셴핑 교수
봉쇄 기간, 어머니 응급실 문 앞에서 숨져
“상하이 부유층, 탈출 외엔 답 없다 생각”
중국 공산당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과 반복되는 봉쇄 조치에 염증을 느껴 해외 이민을 생각하는 중국인 부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WeChat·微信)에서는 유명 경제학자 랑셴핑(郎咸平)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 일가의 홍콩 이주가 큰 화제가 됐다.
대만 출신 친중파로 방송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린 랑 교수는 지난 2004년 상하이로 이사했으며, 17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력 인사다. 한국에서도 출간된 책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의 저자이기도 하다.
랑 교수 일가의 상하이 탈출은 제로 코로나 봉쇄가 상하이 부유층과 지식인들의 심리에 드리운 깊은 그림자를 짐작게 한다.
그는 상하이 봉쇄 초반 당국의 방역 정책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위챗에 “상하이 2500만 명, 한 사람이 테스트 튜브 1개씩, 전 주민이 핵산 검사, 각지에서의 지원, 전국이 하나의 바둑판, 이것이 중국의 힘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가 칭송했던 사회주의 ‘중국의 힘’은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 독(毒)으로 돌아왔다. 올해 98세인 그의 어머니는 신장 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상하이의 한 병원에 갔지만, 진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 밖에서 숨졌다.
먼저 핵산(PCR) 검사를 받아 음성 진단이 확인돼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방역 정책 때문이었다. 랑 교수의 어머니는 PCR 검사를 받고 4시간 동안 결과를 기다리다가 응급실 문 앞에서 숨을 거뒀다.
랑 교수는 위챗에 “통제 때문에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도 뵙지 못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프랑스 RFI는, 상하이에서 운영하던 고급 레스토랑 두 곳을 2천만 위안(약 38억8천만원)에 매각하고 이민 변호사와 자산 관리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이민 절차에 들어간 상하이 시민 후(胡)모씨의 사연을 전했다.
후씨는 “어려움이 많지만 캐나다로 이민해 정착하고 싶다”며 “봉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에서 굶어 죽을 지경에 처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슬프지만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으로 경제적, 심리적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당은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현재 중국 41개 도시에서 전면 혹은 부분 봉쇄가 시행되며 약 2억6천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은행 관계자와 이민 컨설턴트 여러 명을 조사해 상하이 봉쇄 기간 이민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배 늘었으며, 자산 해외 이전에 관한 문의가 최근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주민들의 해외 이민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여권 교부 기간이 늘어났다며 당국의 서류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유층의 중국 이탈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약 480억 달러(약 62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중국 부자 1만 명이 중국을 빠져나갔거나 해외 이주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