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중국에 맞설 준비 더 잘된 세계 남겼다” 美 WP

정향매
2022년 07월 12일 오후 2:14 업데이트: 2022년 07월 12일 오후 5:07
TextSize
Print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공산주의 중국의 위협을 예견하고 국제사회의 대응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가 평가했다.

WP는 지난 8일(현지시각)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의 칼럼 <아베의 유산은 중국과 맞설 준비가 더 잘된 세계(Abe’s legacy is a world better prepared to confront China)>를 게재했다.

로긴은 이 칼럼에서 “(지난) 금요일은 아베 전 총리의 암살로 일본과 전 세계에 있어 충격과 슬픔, 분노의 날이었다”며 먼저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어 “슬픔이 진정되고 역사책이 쓰일 때, 아베는 무엇보다 중국의 굴기로 인한 도전에 맞서 세계가 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초기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로긴은 “아베는 일본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총리직을 수행한 것을 포함, 오랜 정치·외교 경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고 있었다”며 “쏟아지고 있는 세계 정상들의 조문이 이를 보여준다”고 썼다.

그는 “세계 정상들은 조문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번영·안보를 가져온 국제 질서를 강화하려는 아베의 정책을 인정했다”며 아베 전 총리를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 지도자로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중국은 점점 확대되는 영향력을 이용해 국제 질서를 파괴하려고 했다”며 “아베는 베이징(공산당 지도부)의 위협을 초기에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최초의 국제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로긴은 “미국과 여타 세계 지도자들이 베이징과 협력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을 때, 아베는 일찍이 외교정책의 초점을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아베는 일본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 국제적 대응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쳤다”고 했다.

로긴은 아베 전 총리의 외교정책 자문관이자 연설 비서관인 다니구치 도모히코의 발언을 인용해 “아베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힘에 저항하려면 △경제 발전 △미·일 동맹 강화 △호주와 인도와의 외교 관계 확장 등 세 가지를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고도 전했다.

도모히코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동아시아 지역에 미군 주둔이 꼭 필요하며, 일본이 미군의 동아시아 지역 개입을 유지시킬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베가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과 좋은 관계를 맺은 이유에 대해 “모두 그러한 현실주의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긴은 아베에 대해 보수성향에 국수주의자이고 화제를 몰고 다닌 정치인이긴 했지만 적어도 외교 정책에 있어서는 동맹, 다자주의와 인권,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강화를 중시한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아울러 “현재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개념은 기본적 뼈대의 상당 부분을 아베의 정책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같은 발언, 아이디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며 미·일·호주·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가 아베의 구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명시했다.

“중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기보다는 공유된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베 전 총리가 내세운 접근법의 특징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쿼드가 인도·태평양 버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되지 않도록 견제해왔다.

지난 5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쿼드 정상회담 참석에 대해 “미국은 사람을 끌어모아 작은 세력 범위를 키우는 것에 열중한다”며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로긴은 아베의 또 다른 성과로 일본의 국가안전보장 분야 관료체제를 개혁하고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추진한 점을 꼽았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은 헌법인 <평화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5년부터 이런 일본을 해외 작전이 가능한 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한 헌법 9조 개헌을 추진해왔다.

로긴이 이를 성과로 평가한 것은 자위대가 해외 작전이 가능한 군대가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공산주의 중국을 향해 더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베 전 총리의 지론이기도 했다.

로긴은 아베 전 총리가 지난 4월 칼럼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보낸 기고문에서 미국에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는 점을 또 다른 성과로 들었다(기고문 링크).

이 기고문에서는 지금까진 전략적 모호성이 잘 기능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미국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없어 군사적 모험을 주저하고, 대만의 급진적 독립 추진 단체들도 미국의 도움을 확신하지 못해 단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고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달라지면서 전략적 모호성이 오히려 지역 불안정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어떠한 침략 시도에 대해서도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로긴은 아베 전 총리의 기고문 마지막 부분인 “대만에 관심을 갖는다는 우리의 결의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를 수호하려는 우리의 결의에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러한 가치를 잠식하려 한다. 서방은 이 가치들을 방어할 준비가 됐다”며 “이렇게 되기까지 아베의 공헌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WP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아베의 국제적 안목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는 중국의 위협이 장기적이며 실재하고 있다는 점과 그 파급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썼다(기고문 링크).

미국 <타임>은 칼럼에서 “아베는 중국의 확장과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이 정치, 경제 심지어 군사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세계 무대에서 보기 드문 리더십을 보여준 일본 지도자’로 평가했다(칼럼 링크).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장팅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