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가 물가 상승 부추겨…“기대심리 확산·고착 억제해야”

이윤정
2022년 06월 29일 오후 1:23 업데이트: 2022년 06월 29일 오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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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플레이션, 비용상승·수요과잉 외 심리 요인도 작용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한 번 형성되면 저절로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추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고착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 한 달 새 0.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인플레이션’ 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주관적 전망을 가리킨다.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은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추정한다.

한국은행이 6월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5월(3.3%)보다 0.6%p 오른 3.9%로 집계됐다. 0.6%p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현재의 물가 흐름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 식량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도 크고, 개인 서비스나 외식 등 생활물가와 체감물가가 높은 점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한번 형성되면, 비용상승이나 과잉 수요와 같은 구조적 요인과는 무관하게 저절로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종석 한국 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사)경제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이슈 브리프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서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비용상승’과 ‘수요과잉’의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생산비용이 상승한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 곡물 생산국의 기상이변으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 등을 꼽았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공급망이 상당 부분 와해되면서 글로벌 유통비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요 과잉 측면에서는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공급유통망이 위축된 상황에서 그동안 눌렸던 소비가 급증해 전 세계적으로 초과수요,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의 세 번째 경로로 ‘심리적 요인’을 들었다. 과거 1970~80년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 경험에 비춰볼 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으로 인해 수요공급 요인과 무관하게 물가가 계속 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내년에 물가가 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아무런 구조적 이유 없이 물가가 5%이상 상승하게 된다는 것으로,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는 셈”이라고 김 교수는 부연했다.

그는 “모든 경제주체가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를 회피하기 위해 가격과 임금 인상을 통해 부담을 전가하고, 이런 악순환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존재하는 한 지속된다”면서 “부담을 남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이지만, 물가 안정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유지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고착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제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7%)을 넘어서는 고물가 국면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6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초 3%대 중반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불과 두 달 만에 5%를 상당 폭 상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상승률 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