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숙 대표 “공성전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축제하듯이 매일매일 싸울 것”
최재형 의원 “다수가 동의했다고 반드시 정의롭거나 올바른 것은 아니다”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2년 전과 차이는 공성전을 한다는 것”
청년문화플랫폼 ‘호랑이굴'(대표 여명숙)이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6월 2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이란 주제로 첫 포럼을 개최했다.
여명숙 대표는 “2030은 특정 세대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끄는 시대정신이 됐다”며 “반지성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만들어 놓은 지옥 설계도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여러분은 법치의 칼과 사실의 방패로 신나게 지옥문을 부숴주면 된다. 공성전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축제하듯이 매일매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성전(攻城戰)은 성이나 요새를 빼앗기 위하여 벌이는 싸움을 말한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고 반드시 정의롭거나 올바른 것은 아니다”라며 “반지성주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국민들을 편 가르고 사회적 퇴행을 초래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반지성 불공정 이슈들 공론화해 이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2년 전 모습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공성전을 한다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할 말은 있으나 자기검열 하는 사람들, 할 말이 있는데도 타인의 압력으로 할 말을 못 하는 사람들, 가까이는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 모두 다 공성전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의사결정 방법인 ‘다수결’과 민주주의를 혼동하며 갈등 과정에서 이성과 합리적 논쟁을 배제하고 진영논리와 혐오, 각종 낙인찍기 등 반지성적 행태가 부각된 바 있다”며 “민주주의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확증편향과 음모론에 물든 반지성이 아니라 건전한 토론과 과학적 정책 결정이 가능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는 젠더 이슈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등을 거론하며 “소위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분들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탄압받기 일쑤여서 아예 안 건드리는 게 패턴화돼 있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슈가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된 이유는 진보는 ‘혐오’로 몰았고, 보수는 ‘비겁함’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가 기피하는 문제를 공론화해서 공성전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공성전은 대화의 장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용기 있게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이게 비겁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지성이 지옥을 창작하는 방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우선 ‘은폐’를 하고 이게 드러나면 그다음엔 ‘조작’, 최종엔 ‘사법 파괴’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 시간까지 오후로 조정하면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한 게 문재인 정권 5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대표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 회계사는 거짓을 이기는 수단으로 우선 ‘투명성’을 제시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것을 언급하며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보다 문재인 정권에서 2~3배 정도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며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들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일반 국민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으로 ‘견제와 감시’를 꼽았다. 김 회계사는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위’라는 국내 유명 사회학자, 저명한 칼럼니스트들의 발언을 보고 기겁했다”며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원 일에 누구든 견제와 감시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선옥 작가는 “정체성 정치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이 근대적 규범을 위협한다”며 “이는 궁극의 도달 상(像)이 존재하지 않으며 현실 세계 동요 자체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체성 정치’는 인종이나 민족·종교·성별·젠더·장애 등 공유되는 집단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형태다. ‘PC주의’에 대해 이 작가는 “표현물이나 용어 사용에서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운동으로, 정체성 정치가 구현되는 한 방식”이라며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인상 때문에 올발라지고자 하는 운동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교정하고 강제하는 방식의 운동이기 때문에 저는 ‘정치적 교정주의’라고 쓴다”고 부연했다.
동양 철학자인 임건순 작가는 ‘왜 약자들이 우파정당을 찍는가?’ 발표에서 “좌파들은 약자와 빈자(貧者)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 보이고 그 세계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것 같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모른다”며 “좌파, 진보라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담론과 정책, 제도가 빈자와 서민의 삶을 개선해주는가 하면 오히려 약화하고 악화시켜 낭떠러지로 떠미는 경우가 더 많다”고 꼬집었다.
임 작가는 “좌파들은 빈자들의 삶을 도와주고자 말과 글을 만들어내고 생산해 팔아먹고 문화자본도 만들고 정책, 제도를 만들어낸다”며 “그런데 빈자들의 세계를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 약자와 빈민들의 세계가 하나의 생태계라는 걸 잘 모르고, 그 대상도 자신의 눈에 들어온 약자,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 확대·재생산을 위해 팔아먹기 좋은 약자만을 위하는 경우가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빈자들, 저소득층들은 당신들 생각보다 똑똑하다”며 “그들은 누가 그나마 내 삶에 나을지, 누가 덜 해로울지 잘 알기에 우파정당을 찍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