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재활용 어려워, 지금 대비해야”
풍력발전의 지속 가능성이 기존 석탄화력발전만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천만t에 달하는 풍차 날개 폐기물 때문이다.
흔히 풍력발전은 반영구적인 발전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수명이 평균 20년 정도다. 바람이 세게 불면 부러질 수도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는 약 4천만t에 달하는 블레이드 폐기물이 배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풍력발전을 확대해온 유럽은 이미 폐기물 처리를 놓고 고심 중이다.
블레이드는 가벼우면서도 강한 탄성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날개 내부는 접착제를 이용해 탄소섬유나 유리섬유 소재를 겹겹이 붙이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이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이 대량 배출된다.
수명이 다한 블레이드는 재활용이 어렵다. 전체의 약 30% 정도만 건축 재료로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 매립 등으로 처리된다. 이로 인해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 유럽은 토양 오염을 우려해 2025년까지 블레이드 폐기물 매립을 금지할 예정이다.
풍력 발전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재 건설 중인 풍력 발전소에 대해 풍력 발전설비의 수명이 다했을 경우 처리하는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연구팀을 이끈 페테르 마예브스키 교수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예브스키 교수는 최근 성명을 내고 호주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10년 후 수만 장 쏟아져 나올 블레이드 폐기물 처리 방안을 당장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수명이 다한 블레이드는 재활용 비용이 많이 들고, 그렇게 재활용하더라도 가치가 매우 낮아 시장에서 재활용 솔루션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정부와 의회가 즉각 블레이드 폐기물 처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호주에서 실행 중인 이동통신 사업자의 스마트폰 재활용 서비스를 예로 들어 풍력발전에서도 ‘프로덕트 스튜어드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로덕트 스튜어드십(Product Stewardship)은 제품의 생산, 판매, 사용자가 수명이 다한 제품의 폐기와 재활용까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제품 관리 방식이다. 폐기된 제품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다.
이는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 모두에게 비용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 원가와 유통 비용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도 높다.
마예브스키 교수는 성명에서 “풍력발전기 제조사가 폐기물 처리를 책임지거나 풍력발전 사업자가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서 폐기물 처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에게 추가적인 비용이 부담되겠지만, 이를 에너지 생산 비용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해결책이 없다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같은 대체에너지는 재래식 에너지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더 과감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총선 승리로 집권한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정권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 26~28%에서 43%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노동당은 또한 호주 전력의 82%를 풍력·수력·태양광·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 전력망도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 호주는 전력 생산량의 64.67%를 석탄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호주 각 주 정부에서도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기차 충전 설비를 확충하며, 석유·석탄발전 개발 제한 등의 정책으로 연방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배출 중립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 풍력 발전기용 축전기 확충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시행되면서 비용 증가와 환경에 대한 이익 등을 따져보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