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석방했다는데…블룸버그 “중국인 기자와 연락 두절”

이미령
2022년 06월 17일 오후 6:45 업데이트: 2022년 06월 17일 오후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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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1년 넘게 가뒀던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의 중국인 기자를 석방했다고 밝힌 가운데, 블룸버그가 해당 기자와 접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베이징 지국의 중국인 기자 헤이즈 판은 작년 7월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런데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올해 1월 판이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성명을 지난달 초에 발표했고, 이 같은 사실은 최근에야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판의 구금 기간은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6개월 정도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판은 2020년 12월 초 자택에서 블룸버그 편집자 중 한 명과 만난 뒤 사복 차림의 국가 안보 관리들에 의해 어디론가 연행됐다. 이후 소식이 끊겼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실제 구금 기간은 1년 이상으로 여겨진다.

블룸버그는 판이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그녀의 신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지난달 5월 5일 성명을 통해 판이 풀려나긴 했지만 그녀에 대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며, 법적 권리를 완벽하게 보장해왔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사관이 판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워싱턴포스트가 그 나흘 전인 5월 2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에 판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워싱턴포스트가 판에 대해 조망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성명을 중국 대사관이 발표했을지 확실치 않다. 판이 1월에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주장도 그녀의 소속사인 블룸버그를 통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판은 지난 2017년부터 블룸버그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으며, 이전에는 로이터, CNBC, CBS, 알자지라에서 근무했다. 중국 관련 규정에 따르면 중국인 국적 기자는 직접 외신기자로 활동할 수는 없고 외신기자의 취재를 보조하는 역할만 맡을 수 있다.

블룸버그 편집장인 존 미클스웨이트는 14일 “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에 고무됐다”며 “그녀는 우리 베이징 지국의 매우 소중한 구성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즈 판의 보석 석방 소식을 알린 블룸버그의 트위터 게시물 | 화면 캡처

국경없는기자단(RSF)이 지난 12월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판은 중국 정권에 의해 구금된 언론인 120명(최소 추정 인원) 중 한 명이다.

RSF은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공산주의 정권은 언론을 대중을 위한 정보 제공의 통로가 아니라 국가 선전 도구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 단체들도 중국이 그들에 대한 협박, 괴롭힘, 소송을 강화했다고 경고했다.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신기자들이 “중국을 뒤덮고 있는 전례 없는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트위터를 통해 “판에 적용된 모든 혐의를 즉각 취하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CPJ는 또한 중국 관영 CCTV의 글로벌 채널인 CGTV에서 일하던 호주 언론인 쳉 레이의 석방을 요구했다. 쳉은 2020년 8월부터 구금돼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재판받았다. 재판은 호주 대사의 방청 요청마저 거부된 채 ‘국가기밀’을 이유로 비공개 진행됐으며 평결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