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 왜? 시진핑 ‘비전쟁 군사행동 요강’ 서명…추측 무성

강우찬
2022년 06월 15일 오후 7:13 업데이트: 2022년 06월 15일 오후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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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문제로 미중 격돌한 샹그릴라 대화 이틀 뒤
중국 관영매체 “재난 구호, 세계 평화 유지 목적” 선전
온라인에선 “테러범 검거 빙자한 국민진압 준비” 비난
전문가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 연상…대만 침공 포석”

오늘부터 중국이 ‘비전쟁 군사행동 요강’ 시행에 들어갔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군 수장인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신분으로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중국군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돌발상황에 대비해 언제든 ‘대만 침공 카드’를 꺼낼 수 있도록 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지난 14일 시진핑의 이 같은 결정을 전하며 그 목적으로 재난 구호, 국가안보 수호, 세계평화·지역안정 유지(해외 파병) 등을 거론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요강은 6장 59조로 구성됐으며, 군대가 전쟁이 아닌 군사작전을 수행할 법적 토대가 됐다.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세계 평화 유지 등 해외 파병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콩의 친공 매체인 밍바오 역시 비슷한 논조였다. 밍바오는 ‘비전쟁 군사행동’을 군사적 위협 방어, 국제 평화 유지, 테러범 검거, 폭동 방지, 재난 구호 활동 등으로 소개했다. 주요 외신도 이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쳤다.

그러나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번 조치가 “전쟁 행위를 일으키더라도 전쟁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근거 마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도 군대를 동원해 테러범 검거, 폭동 방지를 이유로 국민을 진압하고 살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군의 주임무는 외적 방어가 아니라 자국민 진압”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열흘 전, 톈안먼 학살 33주년(6월 4일)에 대한 인상이 아직 가시지 않은 까닭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 대신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전쟁이 아니라 군사작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요강 시행이 발표된 시점도 주목된다.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폐막한 지 2일 만에 요강 시행을 발표했다. 3일간 지속됐던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대만 문제로 시종일관 격돌하는 모습이었다.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장관은 12일 이 회의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누군가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놓고 전쟁을 언급하며 위협한 셈이다.

캐나다 요크대 션룽친(沈榮欽) 교수는 “이 요강은 중국의 장기적인 군사 확장 계획의 일부”라고 봤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대만 침공보다는 해외 군사훈련, 테러대책 등을 위한 사전 준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만 출신인 션 교수는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지금 대만을 침공하면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3연임 추진 과정에서 큰 난관을 만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대만 침공 가능성을 아주 배제하지는 않았다.

독일의 중국전문가 우원신(吳文昕)은 RFA에 “시진핑은 공산당 내부 분열을 해소하려 대만 침공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원신은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며 “하나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시진핑이 군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제20차 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받기 위함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전쟁을 개시하면 부정적인 여론을 부를 수 있으므로, 공산당 특유의 말장난으로 ‘비전쟁 군사행동’을 들고나왔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우원신은 “시진핑이 ‘비전쟁 군사행동’을 내세운 것은 서방을 도발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그 대상이 대만이라면 미국은 방관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도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군은 국가가 아닌 당의 군대다.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대통령 등이 국가원수로서 군 통수권을 갖지만, 중국은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군통수권자다. 시진핑이 이번 ‘비전쟁 군사행동 요강’을 군사위 주석 신분으로 승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국가주석이 군사위 주석직도 겸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장쩌민 전 주석은 퇴임 후에도 한동안 군사위 주석을 유지하며 후임인 후진타오 주석을 압박한 바 있다.

시진핑 역시 만약 올해 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된 20차 당대회에서 연임에 실패할 경우, 국가주석직을 내주더라도 군사위 주석은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