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찰 기간, 테슬라 차량만 진입 금지
중국 네티즌 “출퇴근마저 못하게 하나” 반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쓰촨성 시찰 당시, 현지 경찰이 미국 전기차 테슬라 자동차의 시내 진입을 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쓰촨성 청두(成都)시 외곽의 한 도로에서 교통경찰이 테슬라 차량의 시내 진입을 금지하는 영상이 지난 8일 확산됐다. 이날 시진핑 총서기는 청두시에서 60km 떨어진 메이산(眉山)시를 시찰했다.
영상에서 교통경찰은 도로 한복판에 서서 청두시에 진입하려는 테슬라 차량 운전자들에게 진로 변경을 요구했다. 테슬라 이외의 차량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통과했다.
현지 네티즌들도 “교통경찰이 진입로를 모두 막고 서서 테슬라 차량만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 다른 차량들은 모두 청두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 중 하나다. 작년 중국에서만 48만4천여 대가 팔리면서 전년(13만7천여대)보다 판매량이 252% 늘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었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테슬라 견제가 노골화되기도 했다.
중국은 자동차산업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EV) 등 신에너지자동차(NEV) 제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각종 지원책으로 수요를 늘려 자국 시장을 키우고 기술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토종 기업들이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외국 업체 중 선방하는 기업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량 1~10위 중 외국 업체는 테슬라(3위) 한 곳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작년 3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공무원·군인, 주요 국유기업 임직원들에게 테슬라 차량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량용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기밀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작년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한 여성이 테슬라 차량에 올라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온 가족이 사망할 뻔했다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다음 날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장안망’은 테슬라를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중국 고객들이 제기한 차량 결함 의혹을 거론하며 테슬라를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일부 중국 네티즌은 당국의 조치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테슬라 차량은 이미 중국 전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며 “서방 기업을 견제하겠다며 이제 자국민을 출퇴근마저 못 하게 할 셈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