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고문을 지낸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자 마크 레빈(Mark R. Levin)이 2021년 7월 《미국의 마르크스주의(American Marxism)》를 출간했다. 하지만 이 저서는 한동안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매카시즘이 미국의 주요 해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매카시즘은 1950년대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조지프 매카시가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데서 비롯된 용어로, 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반공 사상을 일컫는다. 당시는 매카시즘이 공산주의의 영향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매카시즘의 지향점은 명백하고 확실하다.
오늘날 전 세계를 둘러보면 마르크스주의와 신마르크스주의의 변종들이 이미 세계 정계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공산당 자본주의(원조 마르크스주의+국가자본주의)이고, 라틴아메리카(중남미)는 마르크스의 반식민주의를 추종하는 좌파 공생권(共生圈)이며, 유럽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계승자인 신좌파의 본거지다. 아프리카의 반식민주의·반패권주의는 더욱 마르크스주의 색채가 짙다.
미국은 어떠한가? 민주당이 사회주의 색채가 짙다는 것은 뉴욕타임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국의 마르크스주의》가 불안한 미국인들에게 정치적 해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미국 헌정에 착오를 시정하는 메커니즘이 잘 구비돼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의 눈에 낀 콩깍지를 걷어낼 것이다.
마크 레빈은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에서 민주당 정부의 ‘미국적 가치관’을 ‘성소수자(LGBTQI+)+비판적 인종이론(CRT)+기후변화·그린에너지+취소문화(Cancel Culture)+마리화나’로 정리했다. 진보주의적 가치관이 마르크스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 기원과 발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크 레빈의 주장이 결코 놀랍지 않다.
◇민주당의 ‘정체성 정치’의 뿌리는 마르크스주의의 ‘계급 억압론’
원조 마르크스주의는 계급투쟁 학설을 강조한다.
사람을 경제적·정치적 지위에 따라 계급으로 분류하며, 착취계급(박탈자)과 피착취계급(피박탈자) 사이의 모순을 타협할 수 없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정의한다.
지배자·부자는 착취계급이고, 나머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산업노동자·농민·수공업자는 피착취계급이다. 피박탈자의 피해의식을 일깨워 박탈자를 소멸하는 것이 마르크스가 말한 ‘박탈자를 박탈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계급투쟁의 최고 형식이다.
미국 좌파와 그들의 정치적 대표인 민주당에 의해 만들어진 CRT는 원조 마르크스주의의 ‘계급 억압’을 ‘인종 차별’로 대체했다.
CRT는 흑인 노예가 억압받았던 역사를 소환해 역사적으로 백인들이 진 도덕적 부채를 현실적 부채로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관련이 없는 백인들까지도 죄책감을 갖게 했다.
그들의 가장 극단적인 주장은 연방정부가 흑인 개개인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폭행·파괴·약탈 등 불법행위에 대한 형벌을 면제하는 등 각종 법적 특권을 주자는 것이다.
이런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는 미국의 다른 인종뿐 아니라 흑인과 미국 사회도 해치고 있다. 적지 않은 흑인들이 법적 특권을 누리며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가 범죄 도시로 전락해 쇠락하고 있다.
‘정체성 정치’는 전통적인 다양한 요소에 기반한 정당 정치나 드넓은 보편 정치에 속하지 않고 인종·성별·젠더·종교·계급 등 여러 기준으로 분화된 집단이 각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주력하는 정치를 말한다.
◇미국 좌파, 폭력시위 지지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단락에 이런 경전적인 말이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현존하는 모든 사회 질서를 폭력으로 전복해야만 달성될 수 있음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고 그들이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미국 민주당이 지지하는 흑인 운동 단체 ‘BLM(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과 극진 좌파 단체 ‘안티파(Antifa)’는 폭력적 행동을 가장 선호하며 이를 ‘정치적 호소’라고 주장한다.
2020년 6월 24일 미국 BLM운동 뉴욕지역 지도자 호크 뉴섬(Hawk Newsome)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흑인 급진 혁명가다”,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 흑인들의 주권을 이뤄야 한다”, “이 나라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체제를 불태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 몇 마디로 역사를 왜곡하고, 억압받는다는 피해 의식을 만들어내는 등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르크스주의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에 따르면, 2020년 5월 26일부터 8월 22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1만 600여 건의 시위 중 7750건이 BLM과 관련이 있고, 이 7750건 중 7%에 가까운 570건이 폭력시위였다. 전국 220곳에서 발생한 이런 시위는 사유재산을 겨냥했다.
So far, BLM responsible for nearly 570 riots in 220 locations across the country. https://t.co/BakLAK4waJ
— Mark R. Levin (@marklevinshow) September 6, 2020
일례로 2020년 6월 27일, BLM 시위대는 “부자를 먹어치우자(Eat The Rich!)”, “자본주의를 없애라(Abolish Capitalism Now!)”라고 외치며 로스앤젤레스(LA) 부자 동네 비버리힐스(Beverly Hills)를 뒤흔들었다.
Black Lives Matter mob shouts “eat the rich” as they march down a residential area in Beverly Hills. They’re coming for your homes.pic.twitter.com/gs5Hszjb7m
— Ian Miles Cheong (@stillgray) June 27, 2020
◇주류 언론, BLM 시위 폭동·약탈 행위 옹호
2020년 5월 시작된 BLM 시위에는 수많은 약탈행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이런 행위를 적극 은폐하고 미화했고, 또 BLM 약탈을 정당화하는 작가 비키 오스터웰(Vicky Osterweil)의 저서 《약탈 행위에 대한 대변: 문명적이지 않은 폭동의 역사(In Defense of Looting: A Riotous History of Uncivil Action)》를 홍보했다.
이 책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 언론은 공영방송 NPR[링크], 주간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등 좌파 언론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약탈이 사회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강력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논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격동기나 소요 기간에 재산을 탈취하고 상점에 난입해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폭도들이 ‘법과 질서’의 정의에 대해, 그리고 불평등한 부의 분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종의 강력한 전술이다.
②약탈 행위는 기업이나 상업 공간, 정부 청사를 공격하는 경향이 있고, 상품이나 관리되는 물품을 가져와 무료로 공유하는 것이다.
③약탈의 이점은 직업이나 임금에 의지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즉시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약탈의 정치적 행동 방식으로, 가장 기본적인 전술적 힘이다.
④약탈은 물건의 분배 방식과 재산의 관념을 공격한다. 즉 ‘누군가는 비바람 피할 거처와 식권을 얻기 위해 일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이 그렇게 조직된 것은 자본 소유자의 이익 때문이다. 그래서 약탈은 이런 재산관계의 핵심을 겨냥했고, 경찰도 없고 정부의 탄압도 없다면 공짜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는 개별적 사례가 아니다. 미국의 고등교육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보수적인 온라인 매체 ‘캠퍼스 리폼(Campus Reform)’이 약탈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를 했다.
먼저 시카고 지역 흑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은 모두 쇼핑몰에서 물건을 좀 가져가는 것은 정당하고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학생들에게 물었다. 대학생들은 소요를 일으키고 약탈하는 데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그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것을 훔쳤기 때문에 약탈한다’는 것이고, 약탈은 권력 없는 자들의 표현 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링크]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주류 언론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좌파, 자연과 사람 개조
3천여만 명의 아사자를 낳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 운동은 하늘과 싸우고 땅과 싸우고 자연을 개조해 서둘러 공산주의에 진입하기 위한 사회적 실험이었다.
미국 민주당-좌파가 기후변화이론(‘지구온난화’ 주장에 허점이 드러나자 용어를 ‘기후 변화’로 바꿈)과 그린에너지 정책을 옹호하고, 성전환 수술을 통해 타고난 성별을 바꾸는 현상을 지지하고 남성의 임신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 등은 자연 개조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의 “높은 산으로 하여금 고개 숙이게 하고, 강물로 하여금 길을 비키게 한다”는 말보다 한술 더 뜬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신도들은 세계를 개조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결의를 하고 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민주당이 집권하자 미국의 공산혁명이 부활하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야기가 재연되고 있다. 소련이 이끈 공산혁명이 자본주의 세계 밖에서 일어난 공산주의 1.0 버전이라면,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일어난 공산혁명은 공산주의 2.0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이 같은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희대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연원을 캐보면, 자본주의를 교살하는 밧줄은 미국의 교육시스템과 언론이 오랜 세월 공들여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 보수주의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은 자기 민족, 즉 흑인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다. 그는 미국 교육 시스템이 수년간 좌파 학생들을 양성해 날로 극좌화로 치닫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미국이 공산혁명의 재앙에 직면했음을 잘 알고 있다.
2000년 7월 12일(현지시간), 90세를 넘긴 소웰은 마크 레빈과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며 “나는 야만인들이 로마성을 불태우는 모습을 생전에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의 분석은 미국의 ‘헌정’이라는 오래된 술병에 좌파 ‘진보주의(실제로는 변종 마르크스주의)’라는 맛이 변한 ‘새로운 술’을 담고 있으며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을 통해 전 세계로 확대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월 22일,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미래는 우리가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인류의 미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공개한 정부 보고서에 밝혀 놓았다. 이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인(intersex) 등 성소수자(LGBTQI+)의 인권 증진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과 의지는 토니 블링큰 미 국무장관이 4월 28일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소수자(LGBTQI+)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이 이 행정부의 우선적인 외교 정책이다. … 우리는 성소수자(LGBTQI+) 인권 운동가의 의미 있고 고귀한 일을 지지하는 데 전 세계 다른 정부들이 함께할 것을 촉구한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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