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미 리커창에 권력 넘겼다”는 ‘권력 이양설’ 까지
당내 반(反)시진핑 세력, 리커창에 힘 실어준다는 분석 유력
중국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반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 사회의 ‘변수’가 급증하고 있다.
당초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상하이 봉쇄를 비롯한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수뇌부 내부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1인 미디어 운영자 ‘라오덩(老燈)’이 중국 정보기관 소식통의 제보를 받았다며 시진핑이 리커창에게 권력 이양을 약속했으며 오는 20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직을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오덩은 이런 내용이 지난 2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결정됐으며, 시진핑이 20차 당대회에서 이를 공식화하고 은퇴할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그는 “시진핑의 정치·경제·외교 정책에 당내 불만이 고조되면서 당 간부들과 군 장성들, 원로들, 재계 인사 등 4대 세력이 규합해 시진핑의 실질적인 권력을 이미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상하이 봉쇄가 이번 시진핑 반대의 기폭제가 됐다”며 중앙정치국 상무위가 ‘조기에 권력을 이양하고 도중하차하며, 조용히 지내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16자 방침(중국어로 표현하면 16자)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러한 폭로에 대해 다른 채널을 통해 검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진핑의 정책에 대한 중국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그 힘이 리커창과 주변 세력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 ‘리커창이 시진핑의 그늘에서 벗어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진핑의 경제 정책 실패에 리커창 총리가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경제는 허덕이고 있다. 시진핑의 경제 정책에 대한 공산당 내 불만이 커지면서 리커창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시절 사회주의 체제로의 회귀를 이끌면서,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 민간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끈 민간기업들이 위축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도 높아졌다.
반면 리커창 총리는 “중국 인구 6억 명은 월소득 1천 위안(17만원)”이라는 발언을 필두로 ‘노점상 경제’ 부활, 규제 완화 약속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지지 표명 등으로 경제 분야에서 시진핑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WSJ 등 외신뿐만 아니라 중국 관영매체에도 리커창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은 리커창의 9천 자 분량의 연설을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인민일보는 신문 제2면 거의 전면을 할애해 연설문 전문을 실었다.
이 연설은 리커창이 지난달 25일 ‘국무원 5차 반부패공작회의’에서 행한 것이다. 그러나 관영매체는 당시에는 이를 보도하지 않다가 20일이나 지나서야 보도했다.
1인 미디어의 ‘시진핑-리커창 권력 이양설’, WSJ 저널의 리커창 부각 기사가 나온 시점에서 리커창의 과거 연설을 갑자기 재조명한 관영매체의 행보는 홍콩, 대만, 미국 등 해외 중국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홍콩 명보는 “인민일보는 2018년부터 2면에 리커창의 반부패공작회의 연설을 게재해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사설을 실었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에서 중국 평론가로 활동하는 왕쥔타오(王軍濤) 컬럼비아대학 정치학 박사는 위성채널 NTD에 “시진핑이 권력을 이양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당 내부에서 시진핑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왕 평론가는 “일단 ‘시진핑 은퇴’라는 소문을 퍼뜨려 주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이를 일종의 신호로 삼아 실제로 시진핑의 은퇴에 찬동하는 움직임이 관측되면, 시진핑 반대 세력은 20차 당대회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포크타임스 평론가 스산(石山)은 “지난달 29일 정치국 회의에서는 시진핑이 뒤로 물러서고 리커창이 회의를 주도했다. 신화통신은 10여 편의 기사로 회의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며 “루머가 허구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산은 또한 “이는 최근 시진핑을 정책 결정에서 배제하려는 중국 정치 판도의 전체적인 양상과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왕 평론가는 “리커창과는 베이징대학에서 공부할 때부터 잘 아는 사이”라며 “규율을 잘 따르는 성향으로 시진핑에 도전할 만한 인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진핑이 정책 실패를 범하면, 리커창도 총리로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 리커창은 지금까지 자신의 직무 범위 내에서 (시진핑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왔다”며 “시진핑도 지금은 경제가 어려우니까 리커창의 이른바 생산·취업 보장정책을 집행할 뿐이다. 경제가 회복되면 다시 억압적 정책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에이켄대학의 프랭크 셰(謝田) 교수는 “중공 바이러스 확산 이후 상하이 봉쇄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4월 중국의 위안화 대출은 전월 대비 80%, 자동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50%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가 이 지경이 됐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단돼서는 안 된다. 시진핑은 자신이 내놓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모든 방역 정책 중 가장 선진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설령 경제가 침체되더라도 도시 봉쇄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셰 교수는 이번 상하이 봉쇄를 내부 세력 간 힘 싸움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상하이는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달한 도시다. 경제력만큼이나 반대 세력이 강성한데, 바로 시진핑의 최대 라이벌 세력인 장쩌민 파벌이다. 장쩌민파는 상하이방으로 불릴 만큼 상하이를 장악했다. 상하이는 그들의 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이 이번에 상하이에 강력한 봉쇄를 시행한 것은 이 지역 세력을 척결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중국 정책 수석고문을 역임한 위마오춘(余茂春) 박사는 ‘시진핑 권력 이양설’과 관련해 “중국에서 이런 소문은 진위를 떠나 파벌 간 다툼에 무기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위 박사는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파벌 간 다툼이 극도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권력 분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대회 전까지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