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봉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가운데 중국 재산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제약기업 회장의 소셜미디어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부호 류이첸(劉益謙) 톈마오(天茂)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는 산발인 채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이젠 자포자기다”는 글을 올렸다.
포브스 선정 2016년 중국 부호 순위 47위, 세계 부호 순위 569위에 올랐던 류 회장은 1800억 원짜리 회화작품을 구매하는 등 거액의 미술품 수집가로도 이름난 인물이지만 “지금은 나도 별수 없다”며 처지를 한탄했다.
류 회장은 매일 오전 주민위원회(공산당 하부 자치조직)가 준 자잘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핵산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격리소로 이송하는 것을 돕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하는데, 점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며 “다들 무감각해지고 지쳤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할지 모른다”는 말로 암담한 심정을 전했다.
상하이탄 고급 단지에 거주하는 류 회장은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을 나타냈다.
그는 “매일 핵산 검사를 받다 보면 사람이 지치고 무감각해진다. 사회적 교류가 부족해서 똑똑한 사람도 점점 바보가 된다. 이런 영향이 이 세대에만 미칠까? 몇 세대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손 투자자 류이첸, 몇 천억원을 굴리지만 두 달간 봉쇄됐더니 10년은 늙어 보인다. 건강은 어찌어찌 지키고 있지만 정신이 멍해진다. 이러다가 정말 좀비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63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류 회장은 기업가 겸 미술품 수집가로, 주식·부동산·제약회사 투자로 자산을 불렸으며 투자회사인 상하이 신리이(新理益)그룹과 제약회사인 톈마오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에서는 빈민층이나 부호들이나 코로나19 봉쇄 앞에서 비슷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진정한 평등을 가져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공산당 관리들은 이 상황을 이용해 생필품을 비싼 값에 독점 공급하는 등 거액의 이익을 남기고 있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평론가들은 “공산당의 철권통치를 직접 겪지 못했던 중국 젊은 세대들이 이번 코로나19 봉쇄로 독재정권의 쓴맛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며 이는 추후 중국의 사회 변동을 앞당기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