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허위정보 관리위원회'(Disinformation Governance Board)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州) 법무장관들은 이 위원회를 즉각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하며 ‘언론 자유’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도 이 위원회에 대해 “불편하다”고 논평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언론이나 시민의 자유, 권리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할 부처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언론과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폭력과 관련됐을 경우에만 언론에 관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위정보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미 국토안보부에서 설립을 발표한 ‘허위정보’ 대응 기구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 위원회 설립 취지에 대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 대비해 온라인 소그룹에서 허위정보가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구”라고 설명했다. 가짜뉴스를 전담하는 언론 대응 기구라는 이야기다.
공화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반대 의견을 묵살하기 위한 검열 기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국토안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미국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쉬 할리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토안보부가 영토나 국경보다 미국인의 표현(발언)의 자유를 감시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기로 했다”며 “이 위원회는 거의 확실하게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할리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에 관한 이견(異見)을 토론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시해야 할 허위 정보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 위원회의 유일한 목적은 정부 권한을 집중해 보수·반대 목소리를 검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르코 루비오 의원도 “마르크스주의 좌파들이 헌법에서 부여한 미국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하려 하고 있다”며 “국토안보부는 발언의 자유가 아니라 마약 밀반입이나 불법 이민을 막는 데 더 힘을 써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위원회의 ‘내로남불’식 인선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위원장으로 정해진 니나 얀코비치가 가짜뉴스를 퍼뜨린 전력이 있는 데다 소셜미디어 검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수정헌법 1조 광신도”라고 부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윌슨센터에서 허위정보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얀코비치는 지난 2020년 대선 직전,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의 노트북이 발견되자 이를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노트북은 헌터의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존 케네디 등 의원들은 증거도 없이 민주당에 유리한 내용을 주장해온 얀코비치가 허위정보를 관리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활동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 위원회를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진실부(Ministry of Truth)’에 비유했다.
‘진실부’라는 명칭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일종의 공산당 선전부와 같은 기관이다.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사실을 감추거나 일부만을 부각해 궤변과 거짓말로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일을 하는 부서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위원장에 얀코비치가 임명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녀는 코로나 봉쇄를 지지하고, 헌터 바이든에 관해 허위정보를 퍼뜨렸으며, 러시아 공모설, 음모론을 주장해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회가 무엇이 허위정보인지 아닌지, 사람들이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를 결정하고 단속할 권한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지난 1일 오피니언을 통해 “바이든이 진실부를 설립했다”며 이 위원회가 정파적 이익을 노리고 만들어진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국토안보부는 9·11 테러 이후 미국 본토를 노리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다. 미국 매체 VOA에 따르면, 워싱턴의 초당파적 비영리단체 ‘프리덤’ 포럼은 국토안보부가 언론 대응 부서를 설립한 것이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는 이 같은 반대에도 허위정보 관리위원회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부에서 언론 대응 기구를 설립한 것과 관련, 마요르카스 장관은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Fact Sheet·팩트시트)에서 “온라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토안보부 자원을 총동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는 않았다”면서 “국토안보부의 결정을 지지한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