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바이든 이민정책에 초강수…불법 이민자 워싱턴에 이송

김윤호
2022년 04월 14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2년 04월 14일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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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 책임져라” 국회의사당 부근에 풀어
백악관 “입국수속 중인 사람들, 문제 없다” 해명

텍사스에 잠입한 불법 이민자들을 태운 첫 번째 버스가 13일(현지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불법 이민자들은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흩어졌다.

불법 이민자를 워싱턴DC에 풀어놓은 이번 조치는 미국 텍사스주 최고 행정책임자인 그렉 애벗 주지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달 6일 애벗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바이든 정부가 국경 위기를 방관해 텍사스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워싱턴DC에 수송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애벗 주지사는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을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 정착시키고 있다”며 “그럴 일이 아니다. 연방정부가 직접 관리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텍사스 비상관리국에 이민자들의 희망에 따라 워싱턴DC와 텍사스 외곽으로 수송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공공보건 행정명령 ‘타이틀42’를 오는 5월 폐지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타이틀42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추방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폐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이민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텍사스 주지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가 열어 놓은 국경으로 밀려들어온 불법 이민자들에 따른 부담을 텍사스가 떠안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이번 버스 수송을 통해 불법 이민을 허용한 이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한 이날 국회의사당 부근에 도착한 버스에는 콜롬비아,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에서 온 이민자들이 탑승했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가 이날 입수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이날 오전 8시 13분께 국회의사당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하차했으며 대다수가 남성이었다. 이민자들은 각자 서류철을 하나씩 들었고 손목에는 신원확인용 밴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검은 셔츠 차림의 두 남성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이민자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린 이민자들에게 휴대폰을 하나씩 주고 손목밴드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확인 절차를 마친 뒤에는 이민자들과 포옹하고 악수한 뒤 떠나보냈다.

이들은 워싱턴DC 당국에서 파견한 관리들로 알려졌으나, 정확히 어떤 부서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에는 이들 외에 가톨릭 자선단체 회원들이 나와 버스에서 내린 이민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했다. 단체 측은 이민자들을 인근 버스터미널로 안내해 음식을 제공하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버스 티켓을 대신 구매해줬다.

단체 관계자인 샬럿 바그너 수녀는 위성채널 NTD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 대부분은 앞서 미국에 정착한 가족이나 친구, 친척 등 연고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워싱턴DC에 남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타지역행을 원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자선단체 회원들이 텍사스에서 전세버스로 워싱턴에 도착한 불법 이민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타지역 이동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 NTD 제공

이날 버스에서 내린 이민자 중 한 명인 베네수엘라 국적의 루이스 알베르토는 “일행과 멕시코에 도착한 뒤 카르텔(남미 범죄조직)과 멕시코 경찰들에게 강도를 당했다. 이달 12일에 국경을 넘어 텍사스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텍사스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맨몸이었다”며 “텍사스 정부의 제안을 듣고 워싱턴DC에 가겠다고 동의했다. 텍사스에서는 별다른 지원이 없지만 워싱턴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남부 국경지역에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자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온정주의를 표방한 데다 취임 후 불법 이민자들을 옹호하는 정책을 거듭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오는 5월 타이틀42가 종료되면 이미 포화상태인 불법 이민이 더욱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불법 이민자들의 워싱턴DC 수송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이들은 이미 관세국경보호청에 의해 입국 절차가 완료된 사람들로, 미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받은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텍사스는 그들이 이민수속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애벗 주지사실은 이날 추가 성명을 발표하고 두 번째 버스가 워싱턴DC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이번 불법 이민자 수송을 위해 총 900대의 전세버스를 동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