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차 협상이 ‘작지만 긍정적 진전”으로 마무리됐다고 우크라이나 측 협상대표가 7일(현지시각)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 포돌랴크는 이날 회담 직후 트위터에 “3차 협상은 끝났다. 상황을 크게 개선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면서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에 있어 작지만,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분쟁을 끝내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양측은 8일 예정대로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인도주의 통로’를 가동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앞선 2차 회담에서 민간인 대피에 합의했으나, 지난 5~6일 마리우폴을 포함한 도시에서는 휴전 약속에도 불구하고 전투가 벌어져 주민 대피가 이뤄지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서로 휴전 협정을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대표단은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州)의 벨라베슈 지역에서 만나 3시간 동안 대화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정전·안전 보장과 함께 기본적인 정치적 합의에 대한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협상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논의가 이어졌지만, 협상이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며 “다음번에는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3차 협상은 별 성과 없이 끝났지만 양측은 4차 협상도 이어갈 예정이다. 장소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같은 벨라루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대표단과 별도로 양측 외무장관도 만남도 예정됐다. 터키 외교부는 오는 10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들이 터키에서 회담을 가진다고 밝혔다.
메블루트 카부소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10일) 회담이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이 회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과 좋은 관계에 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협상과는 별개로 양측은 서로에 대한 공방도 주고받았다.
우크라이나 협상대표 포돌랴크는 “러시아군이 수백 개의 학교, 수십 개의 병원, 1500개 이상의 주택가를 포함한 민간 지역을 폭격하고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 관리들은 전쟁 개시 이후 러시아군이 적법한 군사적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민족주의자들이 오히려 민간 지역에 은신해 있다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가 모스크바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군사적 공세를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 ▲중립국 선언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 ▲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 지역인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의 독립국 인정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어떠한 국가 간 연합체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UN)난민기구는 지난달 24일 시작된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하고 17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러시아산 원유 불매 운동 등 러시아에 대한 더욱 강력한 경제 제재를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문명화된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면 문명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으로 전 세계 수출량의 11%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석유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경우,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3차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이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