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중공 바이러스(신종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백신 보급보다 더 빠르게 확산됐으며, 사람들에게 세포 면역력을 준 일종의 ‘백신’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지난 18~2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른 병원체에서 기원한 새로운 팬데믹이 닥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포럼으로, 전 세계 보안 전문가와 정치인, 유력 인사들이 다수 초청·참석하는 ‘안보 올림픽’이다. 안보 분야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린다. 작년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열렸으나, 올해 직접 참석으로 열렸다.
게이츠는 “바이러스 그 자체, 특히 오미크론이라고 불리는 변이는 B세포와 T세포 면역력을 모두 만들어 내는 백신의 일종”이라며 “애석하게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백신보다 전 세계로 더욱 잘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 면역(cellular immunity)으로 불리는 B세포와 T세포 면역은 백신으로 직접 항체를 형성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면역 체계를 구성한다.
B세포는 활성화되면 형질세포로 분화한 뒤 다시 항체를 생성한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T살해세포, 다른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T도움세포로 분화한다.
<네이처>에 게재된 한 연구는 T세포가 이전에 접촉했던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어(기억 T세포·memory T-cell)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인체를 보호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의학저널 <셀(Cell)>에 실린 한 연구에서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중공 바이러스의 학명)가 기억 T세포 반응을 이끌어내며, 코로나19 재감염이나 중증 진행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사람들이 다양한 코로나 변이에 노출됐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위험성이 극적으로 감소했다면서 “아프리카에서 혈청검사를 하면 80% 이상의 사람들이 백신 또는 여러 변이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과 보급이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백신 공급과잉까지 2년 걸렸다. 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며 “다음에는 2년이 아니라 6개월 정도로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또 다른 팬데믹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새로운 펜데믹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우리는 또 다른 펜데믹을 겪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는 다른 병원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가 앞으로 계절성 독감 수준으로 약해질 것이라는 언급도 덧붙였다. 다만, 독감이나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을 완전히 퇴치하기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을) 박멸할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할 순 없지만, 이미 독감 백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게이츠는 전 세계적 차원의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지원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0년 아내 멀린다와 빈곤·질병·불평등 퇴치 재단인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멀린다와는 작년 8월 이혼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1월 영국의 민간분야 의학연구지원기관인 웰컴트러스트에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을 지원하기 위해 3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CEPI는 게이츠 재단과 웰컴트러스트, 세계경제포럼(WEF) 외에도 노르웨이, 독일 등이 참여해 2017년 설립했다. 중·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코백스(COVAX)를 출범시켰다.
* 이 기사는 미미 리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