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병력 일부 철수 발표…미국·영국·나토 신중한 반응

한동훈
2022년 02월 16일 오전 8:58 업데이트: 2022년 06월 03일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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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지 며칠 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한 병력 일부를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사실 검증을 못 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발표에 대해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며 “우리 분석에 따르면 그들(러시아군)은 여전히 위협적 배치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 동부, 남부 국경을 따라 배치한 병력은 1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온라인 화상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훈련이 진행 중이지만, 남부와 서부 군구 일부 부대들이 훈련을 완료하고 기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 역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훈련이 끝나면 병력이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다. 새로운 것은 없고 통상적인 일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초 계획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듭 경고함으로써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와 페스코프 대변인 모두 철수 규모와 거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철수한 거리는 실제로 철군이 진정성이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작년 4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군 철군 소식이 전해지자, 모스크라 증시 등 유럽 증시는 크게 반등했다.

지난 며칠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며 16일 침공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영국, 나토 등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긴장이 완화됐다는 의미 있는 진정한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 역시 “러시아인들은 침공 계획이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 조치가 진정한 것인지는 군대의 전면적인 철수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분명히 외교적 기회의 징후가 있다”면서도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정보는 여전히 고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또한 “그들이 사실상 언제라도 실행할 태세가 된 대규모 준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대규모 철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것을 직접 봐야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완화됐는지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나토 사무총장은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러시아의 메시지를 환영하면서도 “모스크바가 행동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외교를 계속하려는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낙관론을 유지할 이유가 된다”면서도 “지금까지 우리는 현장에서 러시아 측으로부터 긴장 완화의 어떠한 신호도 볼 수 없었다”며 경계를 풀 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방 군사분석가들 역시 러시아 병력 이동의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러시아를 전문으로 하는 군사분석가 롭 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기쁜 소식이지만 동부와 중부 군구의 행방, 특히 2월 20일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0일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일이자 벨라루스에서 진행 중인 훈련이 끝나는 날이다.

리는 “벨라루스에서 일요일(20일)에 끝나는 훈련에 참가하는 러시아 부대 상당수가 수천 마일 떨어진 동부 군구에서 왔다. 화요일(15일) 기자회견에는 이들 부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 본사를 둔 로찬 컨설팅사의 콘라트 무즈카 이사는 러시아 병력의 움직임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무즈카 이사는 “러시아 중부에서 장비를 실은 새로운 열차가 국경 부근에 계속 도착하고, 러시아군이 집결 지역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며 “이번 발표는 지난 며칠 동안 러시아가 해 온 행위와 상충된다”고 말했다.

미국 민간업체들이 공개한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에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인근 몇몇 지점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이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