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단일화 논의서 엇갈린 목소리
민주당도 安에 러브콜, 이재명·김종인 비공개 회동
안철수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승부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막바지 판세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며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전히 야권 단일화에 대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2월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이날 당 선거대책본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단일화 과정은 조용히 이뤄져야 하고, 후보가 핵심적으로 관여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2월 28일 투표용지 인쇄와 3월 4일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그 중간 어디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후보도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윤 후보는 최근 충남 천안 방문 당시 “안철수 후보 같은 분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책임지고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후보가 단일화 문제는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고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정부 조직을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디지털 플랫폼화하겠다는 것으로, 윤 후보의 대선 1호 공약이기도 하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강론’을 내세우며 단일화 이슈에 휘말리기보다는 윤 후보의 자체 경쟁력을 올리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5일 한 토크 콘서트에서 “오는 11일 정도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단일화는 2등, 3등 후보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이 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거간꾼 노릇을 하는 사람은 ‘해당 행위자’로 간주하고 징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윤석열 후보의 단독 당선 가능성을 주장해왔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협력 구도가 만들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6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20분 가량 비공개로 회동했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대선 관련 지원 요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등 갖가지 해석이 나오면서 올해 초까지 윤석열 후보를 도왔던 김 전 위원장이 우회적으로라도 이 후보 지원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가 확고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후보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대선 후보 초청 정책 간담회’에서 “저는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개 언급하고 나선 것을 두고 “어제는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된다고 하느냐”며 “이런 문제는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후보는 지난 1월 1주 차 여론조사에서 13%를 기록한 후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한 자릿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도 안 후보를 향해 단일화 손짓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6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거의 모든 대선에서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안철수 대표는 10년 전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5번 단일화의 중심에 섰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2017년 홍준표 후보와의 대선 단일화 압박, 2018년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 이어 2021년 또다시 단일화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김형준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정치학) 교수는 지난 1월 20일, (재)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2022년 대통령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변수는 ‘연대’”라며 “단일화 없이 야권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1997년 모델(DJP 연합)과 2002년 모델(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을 결합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12년 안철수 후보 사퇴처럼 어느 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화 전에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한 다음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선거를 46일 앞두고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가 공동정부 구성, 내각제 개헌 등을 조건으로 이른바 ‘DJP연대’를 성사시키면서 김대중 총재가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당시 여권에서도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단일화 압박이 거셌지만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다. 김대중 후보가 1.53%의 근소한 차이로 이회장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