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외친 후 홍콩 가면 체포?…공산당 비판 벌주는 ‘국가안전법’

김윤호
2022년 01월 13일 오후 9:19 업데이트: 2022년 06월 03일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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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학자가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공산당에 대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가 ‘콕’ 찍힌 사례가 있다. 최근 대만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만 정치학자 우루이런(吳叡人)은 최근 ‘폭력을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콩의 친(親)공산당 성향 매체 대공보(大公報)가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이라며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우루이런은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과 객원 조교수를 거쳐 대만 중앙연구원에서 부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치학자다. 그는 중국에 맞서 홍콩을 지키자는 활동을 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과 법치 위반을 비판해왔다.

대만 정치학자 우루이런(吳叡人) | 에포크타임스

대공보는 지난 6일 ‘기자협회, 기율 무시하고 폭력 지지·독립 선동’이라는 기사에서 우루이런이 대만에서 출판한 논평이 국가정권 전복죄, 국가분열죄 등 6개 혐의가 있다며 징역 10년형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에서 출간한 논평 때문에, 홍콩 국가안전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대공보의 주장은 대만에서 엄청난 반발을 일으켰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 역시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대만에서는 중국이나 홍콩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중국을 비난해도 처벌

홍콩 국가안전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활동, 외국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 38조는 홍콩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도 홍콩 밖에서 해당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국외관할권’을 설정했다. 공산당에 반대하는 행동이나 발언을 광범위하게 원천 차단하도록 한 셈이다.

이 법에 따르면, 세계 어디에서든 중국 공산당을 비판한 사람은 다른 국가로 가기 위해 홍콩을 거치기만 해도 중국 당국에 체포될 수 있다. 환승이나 경유조차 못 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20년 6월 30일 홍콩 국가안전법이 발효된 직후부터 비상식적인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으나 홍콩인이 아닌 대만인을 대상으로 이 법 위반 혐의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국가안전법의 대만 적용 논란을 일으킨 대공보의 기사 | 화면 캡처

다만, 이번 혐의 제기는 홍콩 매체의 주장일 뿐으로 실제로 어떤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만에서 홍콩 국가안전법을 운운하며 공산당에 비판적인 인사에 대해 입막음을 하려 한 친(親)공산당 매체의 행보는 지난 2020~2021년 홍콩의 자유와 민주가 공산당에 의해 붕괴된 것을 지켜본 대만인들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공산당이 싫다”는 표현에 대해 중국 공산당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홍콩 국가안전법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항이 매우 모호해, 비평하는 측에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에서 국가안전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시민은 오토바이에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꽂고 달렸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은 ‘일국양제’에 따라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자치권 회복을 요구하며 ‘광복홍콩’을 외쳤고, 홍콩 독립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이를 ‘국가 분열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대만에 거주하는 홍콩 청년들이 ‘반중공’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10.20 | 에포크타임스

반중·반공 정서에 대한 억압…중국은 무관할까?

대만 일각에서는 이번 우루이런의 발언을 문제 삼은 대공보의 비난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좌표’를 찍은 것일 수 있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반중, 반공산당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대만에서 대표적 인물을 점찍은 뒤 홍콩 언론 대공보를 통해 비판함으로써 대만인들에게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자유롭게 개방된 외국의 온라인 공간이나 언론시장은 중국 공산당이 여론전을 펼치는 주무대의 하나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 3월 분석을 통해,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가짜계정까지 동원해 오랜 기간 여론전을 펼쳐왔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지난 2020년 초 주요 포탈과 유튜브 등에서 중국인 계정으로 추정되는 댓글이 다수 포착돼, 여론 조작 의혹이 고조된 바 있다.

앞서 2017년에는 한국의 한 숙박업소 애플리케이션이 중국인 해커에 해킹돼 이용자 99만명의 개인정보 총 341만 건이 중국에 넘어가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한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불법 거래되기도 했다.